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경락 경위(45)의 유서가 공개됐다. 최 경위의 유가족은 14일 오후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서 전체 14장 가운데 가족 관련 내용을 제외한 8장을 공개했다. 유서에는 문건 유출 주범으로 몰린 데 따른 억울함, 동료를 비롯한 주변 사람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유서는 A4용지 절반 크기의 스프링노트에 쓰였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경찰 생활 16년 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리다 보니 대출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이라며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경찰이)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며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도 행복하다. 감사한다”고 적었다. 최 경위는 동료와 언론사 기자 등 주변 인사를 언급한 뒤 “이제라도 우리 회사(경찰)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평안히 잠 좀 자고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정보1분실 동료 한모 경위에게는 “내가 없는 우리 가정에 네가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고 적었다.
최 경위의 친형 최요한 씨(56)는 유서를 공개하며 “동생이 억울하게 누명을 써서 세상을 떠났기에 이렇게 나서서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경기 이천시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그는 “(검찰 수사 관련) 압박감 때문에 세상을 뜨게 됐다” “동생이 전화통화에서 (이번 수사를) ‘퍼즐 맞추기’라고 말했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앞서 최 경위는 1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귀가했다. 집에서 취침을 하는 등 휴식을 취한 최 경위는 이날 오전 9시경 서울 서초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상담을 한 뒤 연락이 끊겼다가 13일 오후 2시 30분경 경기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의 한 주택 앞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조수석 자리에는 화덕이 있었고 번개탄 1개가 완전히 탄 상태였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며 발견되기 최소 10시간 이전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숨진 최 경위는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학원 논술 강사생활을 하다 1999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정보1분실로 오기 전에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청장 부속실에서 근무했다. 최 경위와 함께 수사를 받고 있는 한 경위는 경찰이 소재를 확인하고 별도로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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