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문건 유출 파문/박지만-정윤회-조응천 인연]
朴대통령 동생-비서 신임받다… 3월 미행설 보도후 크게 틀어져
조, 박회장과 마약수사로 인연… 靑근무후 정윤회와 사사건건 충돌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56)이 15일 검찰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 씨(59)가 조사를 받은 지 닷새 만이다. 박 대통령이 한때 ‘가족의 보물’(박 회장)과 ‘능력 있는 비서’(정 씨)라고 평가할 정도로 가장 신뢰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선 모양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을 촉발한 ‘방아쇠’ 역할을 한 인물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 1기 핵심 참모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2)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박 회장과 정 씨 간의 악연은 199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육영재단 운영을 놓고 갈등하던 박 회장은 둘째 누나 박근령 씨와 함께 당시 노태우 대통령 앞으로 탄원서를 보냈다. ‘(정 씨의 장인이었던) 최태민 목사를 엄벌해 최 씨에게 포위당한 박 대통령을 구출해 달라.’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 목사 가족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98년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때 최 목사의 다섯째 딸과 결혼한 정 씨의 도움을 받은 것. 2000년대 초반에는 박 회장이 정 씨와 골프를 친 적도 있으며, 2004년 정 씨가 박 대통령 곁을 떠났다.
그러나 올해 3월 시사저널이 ‘정 씨가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박 회장을 미행하다 발각됐다’는 기사를 게재한 뒤부터 불화설이 불거졌다. 정 씨가 넉 달 뒤 시사저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박 회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미행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박 회장과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박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에는 두 사람이 한편이었다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틀어졌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을 주임검사와 피의자로 처음 만났다. 1993년 12월 서울지검 남부지청(현 서울남부지검) 특수부 검사로 있을 때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박 회장을 구속 수사했다.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 여론에도 조 전 비서관은 당시 두 차례 마약 투약 전과가 있는 박 회장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처분인 치료감호청구를 했다. 사법연수원 18기 중 검찰 내 선두주자였던 조 전 비서관은 2005년 검찰을 떠난 뒤 대형 로펌과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보를 거쳐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당시 야당의 공격이 예상되는 현안을 챙기는 네거티브대응팀에 있었는데, 이때 박 회장 등 후보 가족과 정 씨 등 측근 문제 전반을 다뤘다고 한다. 이 인연을 계기로 조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자 인사 검증과 공직사회 감찰, 친인척 관리까지 막강한 권한을 한꺼번에 틀어쥔 공직기강비서관 자리에 올랐다.
박 회장과 가깝고, 정 씨와 거리를 뒀던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근무 때부터 정 씨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우선 인사를 놓고 사사건건 부닥쳤다. 일례로 조 전 비서관은 EG에서 10여 년 동안 박 회장을 보좌했던 전모 씨를 청와대로 데려오려 했지만 정 씨와 가까운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 측의 반대로 좌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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