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은 15일 검찰에 출석해 ‘권력 암투설’과 ‘미행설’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박 회장은 정치적인 파장이 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듯 유출된 청와대 문건의 출처 같은 민감한 부분은 상세한 진술을 피했다고 한다.
○ ‘정윤회의 미행’ 근거자료 제출 안해
검찰과 박 회장의 측근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정윤회 씨가 자신을 미행했다는 3월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미행을 의심했지만 (보도에 나온 것처럼) 오토바이를 탄 미행자를 잡은 적은 없다. 자술서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박관천 경정(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의 미행 관련 보고서를 보고 이 같은 의심이 깊어졌다”고 진술했지만 해당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미행설을 처음 전해준 인물의 이름을 특정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핵심 참고인인 박 회장이 시사저널의 보도 내용을 사실상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권력 암투의 배후로 지목돼 온 정 씨는 의혹을 벗고 미행설은 해프닝으로 결론 나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박 회장이 미행설 관련 보고서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일부러 제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회장이 미행설의 근거나 정보원을 제시하면 진위 확인을 위한 검찰의 추가 수사가 불가피해지고 사건의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해 더이상의 설명을 피했다는 것이다. 정 씨와 정면대결하는 양상이 빚어지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가 장기화될 때는 누나인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라는 게 일부 측근의 전언이다.
박 회장은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측근 전모 씨가 지속적으로 박 회장에게 청와대 문건 등을 비선(秘線)으로 보고해 왔다는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관련 문건들도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의 한 지인은 “박 회장이 ‘다 풀어놓고 싶지만 내가 좀 손해를 보고 안고 가자’는 생각으로 말을 아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청와대 문건 유출로 인해 촉발된 여러 논란을 더이상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표면적으로는 정 씨 측에 ‘백기’를 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 ‘문건 유출’ 제보받았으나 관여 안해
박 회장은 5월 12일 조 전 비서관의 소개로 세계일보 기자를 만나 128쪽 분량의 청와대 유출 문건을 전달받았지만 이를 직접 청와대 측에 알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정호성 대통령제1부속비서관에게 문건 유출 사실을 알렸다는 설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나는 그런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는 조 전 비서관의 설명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에게 제보를 했는데도 청와대에서 아무 반응이 없어 사흘쯤 뒤에 오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청와대 측에 유출 문건 문제를 제기하게 했다”고 밝혀왔다. 검찰은 박 회장이 실제로는 청와대 신고 과정에 관여했지만 정호성 비서관 등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같이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오 전 행정관을 불러 정확한 경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16일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EG 사무실에 출근해 30분가량 조용호 변호사와 면담했다. 박 회장 측 관계자는 “박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보다 편안한 표정으로 ‘홀가분하다’고 말했고, 오후에는 일찍 퇴근해 자녀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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