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는 청와대가 지난해 5월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한 사실을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야당은 청와대 제2부속실이 몰카를 구입한 사실에 주목했다. 문고리 3인방인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구입한 것이어서 “청와대 내 권력 암투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은 “혹세무민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공격수로 나섰다. 청와대가 지난해 5월 몰카 시계 2대를 구입한 것을 문제 삼았다. 최 의원이 공개한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물품취득원장’에 따르면 해당 물품은 시계형 소형 캠코더였다. 주로 몰래카메라로 사용되는 장비로, 이 물품이 사용된 위치는 제2부속실로 적혀 있었다. 청와대가 구입한 시계형 캠코더 녹음기는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남성용과 여성용의 가격은 각각 34만 원, 19만8000원이다.
최 의원은 본회의 전 배포한 자료를 통해 “경찰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는 안 비서관이 왜 몰래카메라를 구입했는지 모르겠다”며 “‘정윤회 문건’에 나와 있는 이정현 의원 등 VIP(대통령) 눈 밖에 난 사람을 감시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주장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연설기록비서관이 참고할 자료가 있어 녹음했다가 쓰려고 하지 않았겠나”라고 답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설기록비서관실이 대통령 발언 녹취용으로 구입한 것인데, 총무비서관실이 사용처를 제2부속실로 잘못 적었다”고 해명했다.
최 의원에 이어 단상에 오른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최 의원이 공상소설을 쓰고 있다. 한마디로 요새 정치인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며 “추리소설, 탐정소설 쓰듯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단정하고 확대 왜곡 발전시키고 있다”고 최 의원을 비판했다. 야당 의원석에서는 “누가 누구 버릇을 고쳐!” “사과하세요”라는 반격이 터져 나왔다.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조용히 하세요. 학생들이 보고 있습니다”라며 진정시키려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긴급현안질문은 고교생 참관객 70여 명이 지켜보고 있었다.
최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해 “나는 내가 버르장머리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죄가 있다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며 “왜 새누리당 의원들이 저만 미워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후 속개된 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다소 거친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새정치연합은 17일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이른바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다루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운영위 개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든 상임위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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