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존재감 없는 野]
정윤회 고발 근거 언론보도 내용뿐… “비선 진상조사단도 해체 분위기”
공무원연금 개혁 등 대안제시 못해… “국민이 믿고 정권 맡기겠나” 자조
“더이상의 ‘한 방’은 없을 것 같다. 진상조사단도 해체 분위기고, 소속 의원들도 더 뭘 찾으려는 노력이나 관심도 없고….”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17일 기자를 만나 이같이 토로했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장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국회 130석의 제1야당은 무기력하다.
○ 정보력도 없고, 조직력도 없고…
‘정윤회 문건’이 보도된 지난달 28일 새정치연합은 야심 차게 진상조사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대변인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출범 이후 20일 동안 활동은 문건에 등장한 청와대 비서관 등을 검찰에 고발, 수사의뢰한 것과 단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이 15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문건 유출 경위서’를 공개한 것 정도가 전부다. 당내에서조차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보력의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발로 뛰는 노력이 없으니 새로운 이슈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날그날 언론보도만 쫓아가는 수준이었다. 심지어는 언론에 보도된 2쪽짜리 ‘정윤회 문건’도 확보하지 못해 고발장에 첨부한 22개 증거자료를 모두 언론보도로 채웠다.
당 차원의 조직적인 대응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윤회 문건 보도는 야당으로서 대형 호재였지만 최초 보도가 된 지난달 2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는 전혀 관련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아무리 임시 대표지만 문 비대위원장의 기자회견 같은 게 없었다”며 “그러니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할 수밖에…”라고 혀를 찼다. 그래서인지 당내에서는 한동안 “특검 또는 국정조사”(문 비대위원장),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김성수 대변인), “국정조사 실시”(박수현 대변인) 등 백가쟁명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상조사단을 꾸릴 때도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 관계자는 “단장인 박 의원이 일일이 의원들에게 합류를 부탁해야 했으니 제대로 된 활동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 당내에선 연일 “전략이 없다” 장탄식
공무원연금 개혁,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은 우왕좌왕했다. 공식적으로는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자체 개혁안, 향후 로드맵은 거의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내년 2월 8일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지도부가 바뀔 텐데, 누가 책임감 있게 일을 하려 하겠나”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4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도 세 건의 국정조사 중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만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당과의 협상에서 조사 범위를 명확히 하지 못해 여당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자원개발에 대해 공격할 빌미를 줬다.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가 위기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 여당도 딱 부러진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이 상황을 호재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략을 갖고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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