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지난달부터 이 같은 자조적인 말이 나돌았다. 의원들의 관심은 내년 2월 8일 전당대회로 일찌감치 옮겨갔기 때문에 다른 현안이 눈에 들어올 수 있겠느냐는 뜻이었다. 과거 같았으면 정부 여당을 공략하는 호재가 됐을 ‘정윤회 문건’ 파문마저 전당대회라는 ‘이슈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는 자평마저 나온다.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은 17일 비상대책위원직을 사퇴했다. 본격적인 당권 도전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전당대회가 새정치연합의 고질병이라고 할 계파 갈등, 당내 분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한 재선 의원은 “한두 달 전부터 지역에서는 당권 주자들의 ‘줄 세우기’가 심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들은 이르면 두세 달 전부터 토론회 등의 명목으로 지방을 돌며 조직 관리에 들어갔다. 역으로 차기 공천권을 거머쥘 당 대표가 누가 될지 ‘바닥 조직’에서는 극심한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가 조폭(조직폭력배)들의 동네 영역 다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문, 박, 정 의원도 서로 눈치를 보는 듯 출마 선언을 미루고 있다. 출마 선언이 늦춰지면서 전당대회는 위기에 처한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자취를 감췄다는 지적도 있다. 친노(친노무현)냐, 비노(비노무현)냐는 구도만 남았다는 것이다.
당 비주류 재선 의원 10여 명이 이들 세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하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 관심과 우려가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당권을 생각하는 다른 주자들도 문, 박, 정 의원의 행보를 지켜보고만 있다. 김부겸 전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 의원에 대한 불출마 촉구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이라며 이들의 불출마를 촉구하면서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학생운동권 출신 초·재선 의원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인영 의원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친노 대 비노 구도로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경선 과정은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 뻔하다”며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점점 더 커져 신당 창당 내지는 분당의 명분을 주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걱정했다. 비선실세 국정 개입 의혹 파장으로 약간 상승한 지지율을 다시 까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을 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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