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사 온 정윤회 씨(60)의 국정 개입 논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정 씨 간의 권력 암투설은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과 박관천 경정(49·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정 씨 관련 허위 비방 문건을 집중적으로 작성해 박 회장에게 건네면서 촉발됐다고 검찰이 결론 내렸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박 회장에게 관련 문건을 제공한 동기에 대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온 이후 지난해 3월 박 회장에게 보고한 4쪽짜리 ‘회장님 미행 관련 건’ 문건에는 “정 씨와 가까운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3인방이라는 ‘인의 장막’이 청와대에 있으며, 이를 뚫고 직언할 수 있는 인물은 조 전 비서관이 유일하다. 정 씨가 조 전 비서관과 가까운 박 회장의 약점을 잡기 위해 미행에 착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박 회장에게 전달된 청와대 내부 문건에도 “정 씨가 박 회장을 수시로 욕하며, 2014년 초 김기춘 비서실장을 물러나게 하려 한다”는 등 박 회장과 정 씨의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른바 ‘정윤회 동향 문건’의 진위 및 유출 경로를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조 전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5일 불구속 기소하면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근무 4개월 만인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7개월간 박 회장의 측근 전모 전 EG 홍보팀장을 통해 범죄 첩보와 탈세 정보가 담긴 17건의 청와대 문서 원본을 통째로 넘겼다. ‘정윤회 비선’ 의혹은 실체가 없고, 박 회장에게 비선 보고한 것만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허위 문건을 둘러싸고 권력암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지난해 4월 이들 문건의 유출 정황을 파악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수수방관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서면서 정국은 한 달 넘게 큰 혼란에 휩싸이는 등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혁신에 쏟아야 할 소중한 시간만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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