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내부 “문희상, 통진당 해산 반대발언 부적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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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 앞두고 가이드라인 논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문 위원장이 10일 “정당해산 결정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례가 없다”고 한 발언이 불씨가 됐다. 헌재의 결정이 임박하면서 야당이 헌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비쳐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11일 “문 위원장의 발언은 당론이 아니다”라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정당 해산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오랜 소신에서 비롯된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는 얘기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종적으로 헌재가 결단할 문제”라면서도 “정당 해산 사유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문 위원장이 발언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한다는 상태에까지 이르지 않는 한 정당 해산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문 위원장을 엄호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작지 않다. 종북 논란에 휩싸인 통진당과 ‘거리 두기’를 해온 노력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당직자는 “문 위원장이 소신을 말했다고 하지만 비대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통진당 해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는 일정한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통진당 해산 문제에 대해 말을 아껴온 문 위원장이 헌재 결정을 1∼2주 앞두고 공식석상에서 공개 발언을 한 것은 헌재 결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다.

문 위원장은 발언 하루 전날인 9일 이른바 ‘원탁회의’ 멤버였던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로부터 “통진당 해산에 반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내에선 원로들의 ‘훈수정치’ 때문에 문 위원장의 통진당 해산 반대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원탁회의 원로들은 2012년 총선 때 통진당과 야권 연대를 주도했던 당사자들이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종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통진당과 선을 그었다는 주장이 빛이 바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문 위원장의 한마디 한마디는 야당 대표의 발언으로서 사실상 당론의 효력을 지닌다고 봐야 한다”며 “통진당과 연대한 결과, 선거에 패배하고도 자성은커녕 비호성 발언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탄식했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문희상#통합진보당 해산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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