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경선부정-RO모임이 통진당 해산 ‘방아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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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재판과정서 ‘정당행사’로 변론… 李 살리려다 黨해산 발등 찍어

정당 해산이라는 철퇴를 맞고 창당 3년 만에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 통합진보당의 비극은 ‘남쪽의 수(首)’로 불린 이석기 전 의원(52·사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도 19일 결정문에서 이 전 의원의 실명을 230차례 거론했다.

2011년 12월 출범한 통진당은 이듬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분란이 불거졌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자주파(NL)의 막후 실세였던 이 전 의원이 예상과 달리 비례대표 후보 15명 중 27%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전체 1위를 하지 못한다면 노동자, 농민, 장애인 대표 등에 밀려 당선권 밖의 순번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추종 세력들이 대리투표, 유령당원 등 경선 부정이라는 무리수를 뒀다.

이 전 의원의 원내 입성은 당 내분으로 이어졌다. 통진당 전국운영위원회는 그해 5월 초 33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후보의 총사퇴 권고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을 지지하는 당권파가 반발하면서 물리적인 충돌까지 빚어졌다. 곧 검찰이 경선 부정 의혹을 수사하면서 통진당 당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는 이 전 의원이 실질적인 대표인 정치컨설팅 회사 CN커뮤니케이션즈(CNC·현 CNP)의 선거비용 보전금 사기 및 횡령 의혹으로 번져 갔다.

이 전 의원은 궁지에 몰린 상황인데도 대담하게 그해 5월 12일 ‘내란음모 및 선동’ 의혹을 샀던 통진당 정세강연회를 열었다. 이른바 ‘RO 모임(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으로 불린 5·12 회합에서 그는 “국가 기간시설을 타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 내부 제보자가 공안당국에 RO의 실체를 고발했고, 이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5일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그날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팀장 정점식 검사장) 구성을 지시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정당해산 심판 사건의 막이 올랐다.

이 전 의원은 항소심에서 내란 선동과 국보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아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상태다. 당시 재판 때 이 전 의원 측이 “5·12 회합은 RO 모임이 아니라 ‘정당 행사’”라고 변론한 것을 재판부가 그대로 인정하면서 “이 전 의원을 살리려고 통진당이 제 발등을 찍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통합진보당#이석기#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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