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헌재, 생중계 1시간 앞두고 찬반 표결… 결정문은 ‘경우의 수’ 따져 여러개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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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이후]
헌재재판관이 밝힌 뒷얘기… 8대1 결과에 재판관들도 놀라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관 9명의 ‘공식 표결’은 통진당 해산 결정 선고를 불과 1시간가량 앞둔 19일 오전 9시경 최종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17일 “19일 오전 10시에 특별기일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한 재판관은 “17일에 와서는 이틀 정도만 추가로 논점을 정리하면 선고가 가능해 보였다”고 전했다. 재판관 각자 나름대로의 결론을 갖고 있었으나 ‘8 대 1’이라는 압도적인 정당 해산 최종 표결은 선고 직전에 이뤄진 것이다. 한 재판관은 “(표결 결과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고 했고, 다른 재판관은 “6 대 3 또는 7 대 2를 생각했는데 8 대 1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주심인 이정미 재판관은 전혀 속내를 드러내지 않다가 마지막 표결 때 해산 결정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후문이다. “기록을 보면 볼수록 주심인 이 재판관도 ‘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때문에 결정문은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날지 경우의 수에 맞춰 여러 개가 미리 준비됐다고 한다.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의 의견은 “논리가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나와 일부를 보충의견으로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말하지만 본질은 이것 아니냐’(피淫邪遁·피음사둔), ‘대역(大逆)행위’, ‘불사(不赦)의 결단’ 같은 강한 표현은 보충의견 작성 과정에서 추가됐다. 안 재판관은 통진당이 겉으로는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식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을 확실히 지적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사실 인정 단계부터 ‘기록에 의하면’ ‘증거를 종합하면’ 등의 표현을 가급적 쓰지 않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 대신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에서는’ ‘진보적 민주주의 정강정책 해설서에서는’ 등의 표현으로 통진당 강령과 이론에 핵심 역할을 한 인사들의 논문과 발표 자료를 직접 인용했다. 한 헌법재판관은 “향후 위헌정당 심판 사건에서 이 정도로 증거가 명백한 사건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독일 공산당 위헌정당 해산 사건에서는 사실상 증거가 전무한 상태에서 재판을 한 반면 통진당 심판에선 위헌성을 입증할 증거가 차고 넘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판관은 “통진당 사람들이 방심한 것 같다. 속마음을 모두 논문, 책이나 글에 다 남겨 놨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증거 없이 해산시켰다’는 말은 성립 자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또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직 상실과 관련한 검토도 마쳤으나 법무부가 당초 청구한 국회의원직 박탈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문에 등장하는 표현인 ‘통진당 주도세력’은 다소 추상적으로 표기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 당초 헌법 연구관 작성 보고서에는 주도세력을 특정한 적도 있었으나 지나치게 대상을 특정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태’를 감안해 추상적으로 마무리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을 강제 해산시키는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휴식을 취하는 분위기다. 박한철 소장은 선고 후 휴가를 냈고, 주심인 이 재판관도 23일 오후 휴가를 낸 채 사무실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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