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한 통일운동가의 공격을 받아 얼굴 등에 큰 부상을 당했다. 리퍼트 대사는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은 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대사는 대표적인 지한파로 한미 외교의 가교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리퍼트 대사는 5일 오전 7시 40분경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민화협 회원이자 통일운동가로 알려진 김기종 씨(55)로 밝혀졌다. 김 씨는 이날 메인테이블에 앉아 강의를 준비 중이던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가 25cm 길이의 과도를 휘둘러 리퍼트 대사의 오른쪽 턱부위와 왼쪽 손목에 자상을 입혔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민화협 상임이사)은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던 리퍼트 대사가 식사를 하려고 할 때 김 씨가 흉기를 들고 접근해 3초 만에 공격했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용의자가 대사를 넘어뜨려 과도로 상처를 입혔다”며 “칼을 휘두른 직후 근처에 있던 3명에게 제압됐다”고 설명했다.
개량 한복차림의 김 씨는 리퍼트 대사를 공격하면서 “남북은 통일돼야 한다. (한미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전쟁훈련에 반대한다”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직후 김 씨는 경찰에 체포돼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해야 할 일을 했다. 30년 동안 전쟁반대 운동을 해왔다”며 범행의 정당함을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0년 주한 일본대사 강연 당시에도 주일 대사를 향해 시멘트 덩어리를 던져 징역 2년형(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김 씨는 체포 과정에서 발목 골절상을 입어 경찰 조사를 마치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이날 리퍼트 대사에 대해 직접 경호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주한 외교사절은 특별한 요청을 하지 않는 한 근접 경호 대상이 아니다”라며 “리퍼트 대사 강연 당시에는 주변에 사고 발생에 대비해 기동대와 정보경찰 등 25명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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