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광화문에서 피습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그동안 한국 경찰의 경호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리퍼트 대사를 비롯한 주한 외교사절은 ‘요인 경호’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경찰이 특정 인사를 근접 경호하는 요인 경호 대상자는 전국적으로 수십 명이 있으며 이 중 외국인은 없다.
테러 발생 당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안에는 정보, 외사 분야 경찰관이 있었지만 김기종 씨가 흉기를 들고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서는 것을 제지하지 못했다. 이들은 행사장 입구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 대사가 참석하는 행사에서 김 씨와 같은 ‘요주의 인물’을 걸러내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씨는 2010년 7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초청 강연에 나선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당시 주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경찰은 “김 씨를 요주의 인물로 분류해 따로 관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또 “미국대사관 측에서 대사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 일정 파악도 늦었다”라며 “경호를 맡는 서울지방경찰청 경비 관련 부서는 사건 이후에야 리퍼트 대사의 행사 참석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리퍼트 대사를 보호할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 외교관의 직무 및 특권 등을 규정한 ‘외교 관계에 대한 빈 협약’에 따르면 주재하는 외교관 보호는 외교사절을 접수한 국가가 하게 돼 있다.
경찰은 이날 뒤늦게 강신명 경찰청장 지시로 리퍼트 대사를 요인 경호 대상자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리퍼트 대사에게 4명, 대사 부인에게 3명의 경찰관을 지정해 신변 보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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