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대사 피습 이후]
“한미훈련 축소땐 北서 상응 조치”… 범행 3일전 페이스북에 글
2년전엔 통진당과 훈련중단 시위… 검경, 국보법 위반 혐의 추가 검토
경찰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한 김기종 씨(55)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추가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6일 김 씨 집 겸 사무실 압수수색에서는 이적성이 의심되는 책이 다수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 40분부터 9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책 17권, 간행물 26점, 유인물 23점, 디지털 증거 146점 등 모두 219점의 자료를 확보했다. 이 중에는 법원에서 이적 표현물로 판결 받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의 간행물, 북한에서 발간된 서적(원전)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0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결이 난 ‘6·15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관련 자료도 다수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은 압수물과 김 씨의 과거 행적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윤명성 수사본부 부본부장(서울 종로경찰서장)은 “김 씨를 검거한 뒤 과거 행적이 쭉 확인이 됐다. (범행과의) 관련성 유무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이 김 씨에 대해 국보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게 된 것은 김 씨가 단순히 이번 테러뿐 아니라 그동안 통일, 반미 활동을 하면서 북한의 대남선동 언동과 유사한 주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범행 당시 “남북은 통일돼야 한다”고 외치면서 리퍼트 대사를 습격했다. 종로경찰서에 연행된 뒤엔 경찰서 앞마당에 드러누워 난동을 부리며 “삼십 몇 년 동안 민족통일운동을 했다”고 외쳤고, 습격한 이유를 묻자 “전쟁훈련 그만합시다. 왜 전쟁훈련 합니까”라고 답했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 등 한미 연합 훈련에 반발하며 “리퍼트는 함부로 혓바닥을 놀리다가 종말을 맞이할 것” “전체 국민이 단합해 전쟁연습 책동을 저지, 투쟁해야 한다” “전쟁 미치광이들을 단매에 묵사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 씨는 범행 사흘 전인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터 시작하는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의 문제점이 심각(하다). 훈련 끝나는 4월 말까지 대화가 이뤄질 수 없는 분위기’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씨의 페이스북 계정은 범행 두 시간 후 폐쇄된 상태다.
김 씨는 1998년부터 ‘우리마당통일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연구소 창립 취지에 대해 ‘미국의 억압으로 심화되고 있는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극단적인 반미 감정을 표출했다. 또 키리졸브, 독수리연습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훈련 범위를 축소하면 북에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과거에도 김 씨는 종종 물의를 빚곤 했다. 2011년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시민분향소를 설치하려다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충돌을 빚었다.
범민련 남측본부 등 이적단체와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는 2013년 3월 이정희 통합진보당 당시 최고위원, 범민련 지도부와 함께 키리졸브 한미 연합 훈련을 반대하는 농성 시위를 벌였다. 그해 4월엔 통진당과 범민련, 민족자주통일중앙회의,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등과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을 조직했다. 이후 통진당은 헌법재판소에서 해산 결정을, 범민련 등 단체들은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았다.
아직 김 씨의 북한 관련 행적이 범행과 연관돼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 씨는 “범행을 혼자 계획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그간의 행적, 압수수색에서 나오는 증거물을 갖고 종합적으로 국보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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