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정신 나간 사람의 소행을 한미 관계와 연관시켜 해석하면 안 된다.”
주한 미대사(2001∼2004년) 시절인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효순·미선 양 사건’으로 반미 촛불집회를 경험했던 토머스 허버드 전 대사(72·사진)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행한 일이지만 미 정부 관계자들은 어딜 가도 이런 테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한미우호 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한미 관계를 가장 잘 아는 미국 대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리퍼트 대사의 대선배로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나.
“극단주의자의 돌출적 행동으로 보는 게 맞다. 확대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에선 한국 내 반미 정서가 이번 사건과 관련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내가 대사로 재직할 때만 해도 ‘효순·미선 양 사건’으로 인해 반미 감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것 아닌가. 있다고 해도 미미하다. 반미 정서와 이번 사건을 연결짓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종북 세력의 범죄로 봐야 한다.”
―이번 사건에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관련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사건 직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반응(“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이번 사건이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안 되고,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한미 동맹이 한 개인의 범죄로 틀어질 수 있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
―미국인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하다. 한국 정부는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
“한국은 미국에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번 테러와 무관하고 그럴 의사도 없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미국에 설명해 주는 것이 적절하다.” ▼ “억울하고 황당하지만 양국 흔들리지 않을것” ▼
흥남철수 주역의 외손자 퍼거슨씨
“미군들이 6·25전쟁에서 피 흘려 지킨 한국에서 미국 대사가 유혈 테러를 당했다니 억울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합니다. 양국이 잘 대처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더 굳건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국제시장’에도 등장하는 6·25전쟁 당시 피란민을 대피시킨 흥남철수 작전을 지휘한 에드워드 알먼드 소장의 외손자인 토머스 퍼거슨 예비역 대령(72·사진)은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크 리퍼트 대사 테러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미동맹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나.
“사건 발생 후 한국 정부의 대응은 신속하고 적절했다.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터졌지만 한미동맹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사건을 접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아내(한국인)에게 통역을 부탁해 가며 하루 종일 관련 뉴스를 봤다. 범인이 수차례 방북했다는데 왜 한국 정부는 그런 인사가 계속 방북하도록 허용했는지, 리퍼트 대사에게 접근하도록 놔뒀는지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동료 참전 용사들의 시선은 어떤가.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의 6·25 참전 용사들은 이번 사건에 북한이 관련되어 있는지, 다른 공모자는 없는지 대단히 궁금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한국인은 물론이고 미국인들도 안심시켜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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