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김치 먹었더니 힘 나”… 시민들 “병원비 내고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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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美대사 피습 이후]이르면 10일 퇴원… 한국민에 메시지

7일 점심부터 한식… 메뉴 살펴보는 美대사 부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부인 로빈 리퍼트 여사가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병실 앞에서 점심식사 메뉴를 살펴보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쌀밥, 능이갈비탕, 포기김치, 코다리고추장구이, 연근조림 등으로 구성된 한식을 먹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제공
7일 점심부터 한식… 메뉴 살펴보는 美대사 부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부인 로빈 리퍼트 여사가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병실 앞에서 점심식사 메뉴를 살펴보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쌀밥, 능이갈비탕, 포기김치, 코다리고추장구이, 연근조림 등으로 구성된 한식을 먹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윤도흠 병원장은 8일 “리퍼트 대사의 체온과 혈압은 정상 수치이며, 상처 부위에 염증도 없다”며 “내일(9일) 밤 실밥을 제거한 뒤 이르면 화요일에 퇴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퇴원할 때 쾌유를 기원해준 한국 국민에게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3시쯤 수술받은 왼쪽 손목에 통증을 느껴 정맥 진통제를 투여받았다. 리퍼트 대사는 병상을 지키던 부인 로빈 여사가 잠을 깰까 봐 직접 의료진을 불렀다. 진통제 투여 후 아침 늦게까지 숙면한 리퍼트 대사는 이후 회진에서는 별다른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 입원 첫날 시리얼, 토스트 등 서양식 식사를 한 리퍼트 대사는 7일 점심부터 쌀밥, 능이갈비탕, 코다리고추장구이 등 한식을 먹고 있다. 로버트 오그번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참사관은 “리퍼트 대사가 밀려드는 한국민의 성원에 감사하고 있다”며 “‘김치를 먹었더니 힘이 난다’고 대사가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식단에 김치를 따로 요청하기도 했다.

병상에서도 리퍼트 대사의 관심은 오직 ‘한국’이었다. 피습 당일 수술을 마친 뒤 첫 마디로 “마비된 건가요?”라며 한국말로 자신의 상태를 물었다. 또 6·25전쟁 후 50여 년에 걸친 한반도 분단사를 다룬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이라는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의료진은 “트위터에 올린 ‘같이 갑시다’라는 글이 화제가 되자 대사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의 트위터는 8일 현재 팔로어 1만1800명을 넘어섰다.

리퍼트 대사는 오전 10시 제임스 위너펠드 미국 합동참모본부차장을 시작으로 여야 대표 등 병실을 찾은 귀빈들과 10∼30분씩 환담을 나눴다. 병원 앞과 서울 도심에서는 쾌유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응원 집회와 퍼포먼스가 잇따랐다. 7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는 대한예수교 신도들의 부채춤, 난타 공연이 이어졌다.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는 ‘어떤 이유로든 테러와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빕니다. LIPPERT, GET WELL SOON(리퍼트, 빨리 나으세요!)’이라는 문구가 적힌 게시판 3개가 설치됐다. 게시판에는 한글과 영문으로 ‘빨리 완쾌돼서 우리와 함께 가자’ ‘아프지 말고 힘내라’ 등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 500여 개가 적혔다. 리퍼트 대사의 병원비를 대신 내고 싶다는 각계각층의 성원도 이어지고 있다.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8일 채널A 선데이뉴스쇼 전화인터뷰에서 “병원비를 개인적으로 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가 당황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너무 미안해하고 있는데, 한국의 따뜻한 정서인 것 같다”고 전했다.

박성민 min@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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