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테러방지법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여당은 테러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테러방지법의 처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여당안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공식으로 반대했다. 테러 방지를 주도할 국가정보원의 위상 강화를 놓고 여야는 팽팽하게 맞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9일 공론화시킨 법안은 모두 같은 당 의원들이 발의한 것이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법 △국가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기본법 등 3개다. 새누리당은 “테러 대응을 위한 규정은 1982년 공포된 대통령훈령에 근거하고 있어 사실상 테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번 기회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의 경우 국내외 정보 수집과 분석, 테러위험 인물에 대한 추적 및 대테러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장 소속으로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설치하는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병석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국가는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며 “인권 침해 여지 부분은 여야 간에 심의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기본법’과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법’도 국정원장 소속으로 각각 국가대테러센터와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테러센터장은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출입국 및 금융거래, 통신이용 등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 발의 법안에 “인권 침해와 군 병력 동원 등 위헌 소지가 크다”며 테러방지법에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법안은 헌법이 보장한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고, 테러 대책을 세운다는 빌미로 자의적으로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서 필요 시 시설 보호 등을 위해 군 병력을 동원 가능하도록 규정한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통화에서 “테러방지법 논의의 필요성은 있지만 이를 (리퍼트 대사 가해자인) 김기종 씨와 연결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김광진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간인을 사찰할 수 있는 권한을 국정원이 다 갖겠다는 의도다”라며 “국정원이 권한 오·남용에 대한 불신을 먼저 회복하지 않으면 (테러방지법)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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