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압수한 김기종 소유 문건 윤명성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9일 종로서 회의실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경찰은 김기종 씨의 주거지 및 사무실에서 김정일이 쓴
‘영화예술론’, 범민련 남측본부에서 발간한 ‘민족의 진로’, 주체사상 학습자료인 ‘정치사상강좌’ 등 이적성이 의심되는 자료를
압수하고 이를 공개했다. 뉴스1·뉴시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 씨(55·구속)가 경찰 조사에서 “남한에는 김일성만 한 지도자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또 그는 “국가보안법은 악법이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조사 과정에서 ‘김일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0세기 민족지도자다. 일제(강점기에) 항일운동을 했고, 38선 이북을 접수한 후 자기 국가를 세우고 잘 이끌어오는 것을 봤을 때 그렇다”고 답했다. ‘남한에는 그런 지도자가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우리나라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우리나라는 반(半)식민지 사회이고, 북한은 자주적인 정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경찰은 이날 전문 감정기관으로부터 김 씨의 주거지 겸 사무실에 있던 책과 문건 중 10여 건에 이적성이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엔 김정일이 1973년 저술한 ‘영화예술론’ 복사본과 주체사상 학습자료인 ‘정치사상강좌’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앞서 김 씨의 주거지 겸 사무실을 6일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 219점 중 이적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책과 문건 등 30점의 감정을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아직 감정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경찰은 추가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해당 책과 문건을 입수한 경위에 대해 “집회 장소나 청계천 인근에서 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김 씨는 살인미수, 외국사절 폭행,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경위에 대해 “2010년 일본대사를 공격할 때는 돌을 준비했는데 칼을 준비하면 더 위협적으로 보일 것 같아 커터와 과도를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또 “절제력을 잃어 범행을 했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2010년 주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수사본부는 범행 현장에 있던 사람을 비롯해 사건과 관계된 인물 26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현장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김 씨가 최소 2회 이상 리퍼트 대사를 가격한 것으로 보이며, 대사의 피해 정도가 심각하고, 범행 당시 함께 준비한 커터 대신 위험성이 높은 과도를 선택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압수수색 영장에 국보법 위반 혐의를 명시하려 했다. 그간의 행적을 봤을 때 압수수색을 하면 이적 표현물이 나올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검찰이 “압수수색 후 판단하자”고 해 영장에서 제외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적성이 의심되는 물품이 확인된 만큼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추가로 신청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김 씨의 주변 인물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최근 1년간 빈번하게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대상자를 선별하고, 최근 사용한 은행 계좌를 통해 김 씨를 후원한 개인과 단체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2012년 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우리민족련방제일통일추진회의’ 김수남 현 의장 등과 수시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미국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김 씨가 사용한 트위터, 페이스북 등 미국 서버의 자료도 제공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압수한 김기종 소유 문건 윤명성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9일 종로서 회의실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경찰은 김기종 씨의 주거지 및 사무실에서 김정일이 쓴
‘영화예술론’, 범민련 남측본부에서 발간한 ‘민족의 진로’, 주체사상 학습자료인 ‘정치사상강좌’ 등 이적성이 의심되는 자료를
압수하고 이를 공개했다. 뉴스1·뉴시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