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피습 사건 이후 처음으로 면도와 머리 손질까지 마친 깔끔한 모습으로 10일 마이크 앞에 섰다. 그동안 문병객을 맞을 때 입던 흙색 평상복이 아닌 양복 차림에 초록색 넥타이로 멋도 냈다. 실밥을 제거한 얼굴에 투명테이프만 붙인 상태였다.
○ “내 건강 상태, 매우 좋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퇴원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정말 엄청나게 좋다(pretty darn good)”고 답했다. ‘darn’은 한국말로 ‘열라(매우)’라는 의미의 속어. 외교관은 잘 쓰지 않는 단어지만 리퍼트 대사는 두 차례나 이 표현을 반복했다. 그만큼 자신의 상태가 좋고 일상에 무리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통속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한국어로 자신을 “동네 아저씨, 세준이 아빠”라고 소개하면서 “한국인들이 불러주던 대로 나는 앞으로도 동네아저씨이자 세준이 아빠로 남을 것”이라며 웃었다.
리퍼트 대사는 특히 한국 국민의 성원을 강조하며 “어려운 시기 여러분이 성원해줬다는 걸 결코, 절대로(never, never) 잊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는 “(피습) 사건 자체는 무서웠으나 (이제는) 걷고 이야기하고, 아기를 안아주고 아내를 포옹할 수도 있다”며 “팔은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아직도 팔에 통증을 느끼고 있고 진통제를 처방받고 있다고 한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왼손을 쓰기 불편해 연설 원고를 꺼낼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회견이 지연되자 대사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우리마당’ 김기종 씨(55·구속)가 흉기를 휘두를 당시에 대해선 “수사 중이어서 언급하기 어렵고 담당자들과 절차를 거쳐 이야기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향후 경호가 어떻게 강화됐는지에 대한 질문도 “경호 내용은 통상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피하면서 “하지만 서울이나 한국의 여타 지역은 매우 안전하며 양국 사법당국의 협력도 잘되고 있다”고 했다.
○ 높아진 보안의식, 서툰 진행
이날 회견은 리퍼트 대사가 피습 사건 후 처음 가진 공식 행사였다. 미국대사관과 경찰은 회견이 열린 세브란스병원 6층 세미나실을 사전 점검하고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모든 취재진의 몸을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요원이 동의 없이 회견장에 놓인 취재진의 가방을 뒤지다 항의를 받고 비표 착용 여부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회견을 마친 리퍼트 대사는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오후 2시 35분경 세브란스병원 본관을 빠져나갔다. 그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자 몇몇 시민은 “리퍼트 대사님 사랑해요”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 근처에는 경찰 약 360명이 동원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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