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이 어제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과 관련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대 정권의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수사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어제 기자회견에서 “성역 없는 수사”를 검찰에 촉구하면서 필요하다면 자신도 조사를 받겠다고 자청했다.
성 회장이 김기춘,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돈을 줬다고 언급한 언론보도가 나온 10일 오전만 해도 검찰은 “향후 수사는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가 목숨을 끊기 전에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준 1억 원은 2011년 전당대회 자금” “홍문종 의원에게 건넨 2억 원은 2012년 대선자금”이라고 밝힌 것이 알려지면서 검찰은 더는 미온적 대처를 할 수 없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명명한 초기의 성격 규정에서 한발 나아가 ‘대선자금’ 문제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 역시 2012년 대선자금까지 거론된 이상 더는 침묵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새누리당이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덮어쓴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 당 대표를 맡은 박 대통령은 천막당사로 옮겨 위기를 정면 돌파한 바 있다. 당시 천막당사 아이디어를 낸 이병기 비서실장까지 리스트에 오른 만큼 박 대통령은 자신의 살이라도 베어낸다는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독려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 중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2월 성 회장이 ‘행담도 개발 비리 사건’으로 두 번째 특별사면을 받기 전에 경남기업 관련 계좌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포착했다. 성 회장이 사면을 예상한 듯 항소를 포기한 것을 보면 노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때 사면을 주도한 라인은 민정수석비서관실로 전해철 이호철 씨가 수석비서관이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비서실장이었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에 요구한 ‘철저한 수사’라는 잣대를 자신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성 회장의 마당발 교류와 정파를 가리지 않는 정치자금 제공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졌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성 회장의 ‘비자금 장부’가 존재할 가능성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못하면 결국 특별검사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 상설특검법에 따라 국회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필요할 경우 특검 수사를 의결할 수 있다. 현직 총리, 전·현직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대상인 이번 수사에서 김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직을 거는 엄정함을 보여야 한다. 이참에 3대 정권에 걸친 정치자금 관련 의혹과 돈 공천, 선거캠프의 ‘선피아’ ‘정피아’ 등의 문제를 말끔히 털고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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