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검찰 전면수사]檢, 고민 끝에 특별수사팀 구성 결정
與 수사 촉구에 떠밀리듯 착수… 檢내부 “어떤 결론에도 여론 역풍”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현 정권 핵심 인사 8명의 명단을 남기고 자살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는 검찰로선 떠맡고 싶지 않은 수사다. 박근혜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연루된 만큼 진상을 규명해도 정권에 치명상을 주고, 결과가 시원찮으면 국민적 비난이 쏟아질 수 있어 잘해도 본전을 건지기 힘든 사건이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10일까지만 해도 수사에 회의적인 기류가 강했다. 검찰 일각에선 “성 회장이 사망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도 불투명하고 공소시효 문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성완종 리스트 수사 본격화’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보였다. 일부에선 “지금 특별수사팀을 만들면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토요일인 11일 친박(친박근혜) 실세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대선 과정에서 2억 원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담은 성 회장의 육성이 공개되고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기류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12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 결국은 수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렸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2일 오전 9시 30분경 ‘오후 2시 대검 간부 긴급회의 개최’를 결정하고, 이 회의에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사실상 검찰총장이 수사에 책임을 지는 이전의 대검 중앙수사부 형태의 수사팀을 꾸린 것이다. 호남 출신 특수통인 문무일 대전지검장에게 특별수사팀장을 맡긴 것도 팀 구성부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남기업의 해외자원 개발 비리를 수사해 온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수사 라인에서 배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별수사팀은 성 회장이 남긴 메모에 거론된 정치인 8명만 수사할지, 성 회장의 자금 흐름 전반을 살피는 식으로 수사를 확대할지부터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가 장기화하면 내년 4월에 열리는 20대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만큼 기소 가능성과는 별개로 성 회장이 남긴 불법 정치자금 의혹의 실체를 최대한 밝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이번 수사를 놓고 ‘검찰 죽이기’라는 불평도 나온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도 여론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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