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금 드러나면 現정권에 치명상… 유야무야땐 국민 비난 ‘난감한 검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03시 00분


[성완종 게이트/검찰 전면수사]檢, 고민 끝에 특별수사팀 구성 결정
與 수사 촉구에 떠밀리듯 착수… 檢내부 “어떤 결론에도 여론 역풍”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현 정권 핵심 인사 8명의 명단을 남기고 자살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는 검찰로선 떠맡고 싶지 않은 수사다. 박근혜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연루된 만큼 진상을 규명해도 정권에 치명상을 주고, 결과가 시원찮으면 국민적 비난이 쏟아질 수 있어 잘해도 본전을 건지기 힘든 사건이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10일까지만 해도 수사에 회의적인 기류가 강했다. 검찰 일각에선 “성 회장이 사망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도 불투명하고 공소시효 문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성완종 리스트 수사 본격화’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보였다. 일부에선 “지금 특별수사팀을 만들면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토요일인 11일 친박(친박근혜) 실세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대선 과정에서 2억 원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담은 성 회장의 육성이 공개되고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기류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12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 결국은 수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렸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2일 오전 9시 30분경 ‘오후 2시 대검 간부 긴급회의 개최’를 결정하고, 이 회의에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사실상 검찰총장이 수사에 책임을 지는 이전의 대검 중앙수사부 형태의 수사팀을 꾸린 것이다. 호남 출신 특수통인 문무일 대전지검장에게 특별수사팀장을 맡긴 것도 팀 구성부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남기업의 해외자원 개발 비리를 수사해 온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수사 라인에서 배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별수사팀은 성 회장이 남긴 메모에 거론된 정치인 8명만 수사할지, 성 회장의 자금 흐름 전반을 살피는 식으로 수사를 확대할지부터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가 장기화하면 내년 4월에 열리는 20대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만큼 기소 가능성과는 별개로 성 회장이 남긴 불법 정치자금 의혹의 실체를 최대한 밝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이번 수사를 놓고 ‘검찰 죽이기’라는 불평도 나온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도 여론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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