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녹음파일 공개 이후]
표적수사 배경으로 성완종이 언급한 ‘반기문 대망론’ 실체는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 “이완구 국무총리가 표적 사정한 것은 내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도왔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정치권에 회자됐던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여야에서 동시에 불거졌던 ‘반기문 띄우기’의 진원지로 알려졌던 성 회장이 이 소문의 실체를 스스로 세상에 밝힌 것.
○ “성 회장, ‘반 총장 차기 대통령감’ 언급”…친박계는 부인
상당수 여야 정치인은 성 회장이 생전에 ‘반기문 대망론’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충청지역 출신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 회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반 총장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도 전했다.
여권 내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29일 친박(친박근혜)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였다. 당시 포럼에서는 반 총장의 2017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권을 김무성 대표에게 빼앗긴 친박계가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친박계 인사들은 성 회장과의 연관성 속에 반기문 띄우기를 했다는 주장은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포럼 간사를 맡았던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초청한 여론조사 전문가가 반 총장을 주제로 강연했을 뿐”이라며 “성 회장에게 반 총장 관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노철래 의원도 “반 총장의 모친이 내 지역구인 남한산성을 방문한 인연을 계기로 반 총장과 편지를 주고받고 식사를 한 것이지 성 회장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 반기문-동교동 손잡는 ‘뉴 DJP연합’ 구상?
야권에서는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자신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 대선후보론을 공식적으로 펼쳤다. 당시 권 고문은 “반 총장 쪽에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 대선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면서 “반 총장 측근들이 얘기한 시점은 6개월 전이었고 최근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이훈평 전 의원은 당시 권 고문이 언급한 ‘최근’에 만났다는 인사가 성 회장이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출판기념회 전 성 회장 쪽에서 권 고문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해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성 회장이 반 총장 (대선후보 만들기를) 다 하는 것처럼 하고 다녔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성 회장이 제3자를 통해 만남을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반 총장과 동교동이 손을 잡는 ‘뉴 DJP연합’을 성 회장이 언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반 총장이 우리 당으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그를 만나면 상황이 이상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은 “(성 회장 외에도) 충청권, 개신교계, 그리고 외교관들도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추대하는 세력”이라며 “그 사람들은 새누리당은 이미 대선후보 경선 틀이 짜여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호남과 힘을 합치면 (반 총장이)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이 총리 “터무니없다”…成 측 “일리 있다”
이 총리는 성 회장의 죽음 직전 인터뷰에 대해 “반 총장님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나”라면서 “터무니없는 말씀”이라며 일축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비약할 수 있는가, 대단히 오해를 했구나’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선을 그었다.
반 총장의 동생이자 경남기업 고문을 맡고 있는 반기상 씨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 회장이 밝힌 ‘반 총장 견제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야기다.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반 씨는 또 성 회장이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에 도움을 줬다는 설에 대해 “그걸 믿습니까. 나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 그거 얘기하는 분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성 회장 지인은 “이 총리가 충청도 맹주를 꿈꾸지 않나.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 부각되면 성 회장이 갖고 있는 충청포럼 조직이 뒷받침을 할 테니 성 회장을 꺾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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