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표류… 겨우 살려놓은 ‘경기 불씨’ 꺼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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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금융권에도 불똥]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국을 강타하면서 정부 안팎에서 간신히 살려놓은 경기 회복의 불씨가 이대로 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내놓은 각종 법안들이 여야 간의 대립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을 공산이 커졌고, 국정 동력 상실로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이 좌초할 위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상황이 요구된다면 하반기에 경기 부양책을 추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부양책 필요 여부에 대해선 기존의 거시정책이 상반기 중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우선적으로 주시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최 부총리가 하반기 추가 부양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했다.

지금껏 정부는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이 최근 잇달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는데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성장률 전망치 조정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이미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은 만큼 2분기(4∼6월)부터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 역시 이달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금리 인하와 유효수요 증대 대책 등으로 그간 위축된 소비 및 투자 심리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무산되고, ‘성완종 리스트’라는 돌발 정치변수가 터져 나오면서 경기 회복을 낙관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처럼 청와대와 내각의 ‘영(令)’이 안 서는 상황에서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정부의 말을 누가 믿겠느냐”면서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기 전에 최 부총리가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 안팎에서는 지난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151일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던 것처럼 ‘식물국회’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야는 3월 국회에 계류 중인 9개 경제활성화 법안 가운데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과 창업·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도입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는 데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4월 국회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는데 상임위원회 대부분이 세부 의사일정과 상정할 안건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제 현안과 직결되는 법안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1일 기재부의 현안보고 일정에만 겨우 합의한 상태다. 연말정산 보완책을 매듭짓고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경제 관련 법안들을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데도 구체적인 법안 심사가 이뤄질 소위원회는 여야의 대립으로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1월 발표한 25조 원 규모의 투자활성화 대책과 이달 초 발표한 7조 원 민간투자활성화 대책 중에서도 입법 사항이 적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국회의 공전이 거듭될 경우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성완종#경기 불씨#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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