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의 자진 사퇴를 압박해온 새정치민주연합이 결국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들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23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해임건의안을 보고한 뒤 24일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 이후 해임건의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갈등이 예상된다. ○ 野, 해임건의안 추진 본격화
지난 주말을 이 총리의 자진 사퇴 시한으로 못 박았던 새정치연합은 이 총리가 ‘사퇴 불가’ 방침을 밝히자 해임건의안 제출 수순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표는 19일 “중요한 국정 목표가 부패 척결인데, ‘피의자 총리’로서 부패 척결을 진두지휘할 수 없다”며 “다음 주초부터 해임건의안 제출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20일 최고위원회에서 해임건의안 제출 일정을 정한 뒤 21일 의원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새정치연합은 해임건의안 카드로 잃을 게 없다고 보고 있다.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여당이 (해임건의안 발의를 위한) 본회의 개최에 합의하지 않거나, 표결에서 부결시킨다면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 총리를 비호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임건의안 가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129석·구속 수감 중인 김재윤 의원 제외)에 정의당(5석)을 합해도 재적의원 과반(148석)에 14석이 모자란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여당에서 찬성표가 나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 대통령과 총리의 입지는 사실상 없게 되고, 부결되더라도 새누리당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 총리가 각종 의혹에 잦은 말 바꾸기로 부정적 여론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 해임건의안 타이밍 놓고 고심 중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낸다는 방침은 명확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4·29 재·보궐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야당 내부에서는 해임건의안 발의 ‘D-데이’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해임건의안은 발의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되고, 보고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투표에 부쳐지지 않으면 폐기된다. 일단 문 대표 측은 ‘23일 본회의 보고 후 24일 표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최고위원은 “24일 표결은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지켜보자’며 분명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임건의안 카드를 너무 빨리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만약 여당이 끝까지 반대해 표결에 부쳐지지 않으면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해임건의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처리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이에 따라 야당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 해임건의안을 보고하자”는 주장도 있다. 당초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27일 본회의 보고를 검토했지만, 문 대표 측이 “대통령 귀국과 상관없이 해임건의안을 처리하자”며 속도를 높이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해임건의안에 속내 복잡한 與
새누리당은 야당이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이 총리의 사퇴 수순을 기정사실화하고는 있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에 해임건의안을 논의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여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국정 2인자인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덜컥 수용하기도 부담스럽지만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진 이 총리를 무작정 감싸기도 곤란한 탓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정치연합이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낸다면 바로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내 의원들의 의견부터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이 해임건의안에 부담을 느끼는 건 익명 투표로 진행되는 표결 시 부결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임건의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이 총리를 비호한다’는 국민의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여당에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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