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成 로비장부 작성 정황 포착… “55자 요약본 아닌 원본 있을것”
선별작업 참여 박준호-이용기 압박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55자 메모’에 등장하는 여권 핵심 인사 8명은 성 회장이 생전에 금품을 제공한 수많은 정·관계 인사를 놓고 핵심 참모들과 함께 추려 낸 일부인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6일 성 회장 사망 전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49·구속)와 이용기 비서실 부장(43·구속)이 ‘리스트 선별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성 회장이 지난해 말 검찰의 내사를 파악하고 ‘구명 청탁용’ 명단 작성에 착수했으며 올 초부터 핵심 참모들에게 구체적인 금품 전달 상황을 확인하도록 여러 차례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를 위해 박 전 상무, 이 부장 등과 수차례 ‘리스트 선별 회의’를 하고 관련 자료를 함께 검토한 흔적도 발견했다. 8명의 명단이 적힌 성 회장의 ‘55자 메모’가 요약본이라면 이전에 작성된 별도의 ‘복기 자료’가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검찰은 21일 3차 압수수색에서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이 숨겨뒀던 자료 일부를 찾아냈다. 하지만 여기엔 ‘복기 자료’나 이에 준하는 자료가 없었다. 검찰은 ‘알짜배기’ 자료를 이들이 지난달 18일 1차 압수수색 전에 이미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성 회장의 ‘55자 메모’만 갖고 수사를 시작한 검찰로선 이름과 금액만 적혀 있을 뿐 다른 단서가 없는 인사들에 대한 의혹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의 협조가 필수인 이유다. 하지만 정치나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이 현 정권 실세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 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증거인멸죄는 형량 자체가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은 “정치권 금품 제공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다”는 진술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 재무본부장을 지내 성 회장의 비자금 입출금 내용과 용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한모 전 부사장(50)과 전모 전 상무(50)를 조만간 소환해 압박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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