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경남기업 워크아웃前 대출심사제도 개편 시도
금융위 반대로 무산… 배후 논란
경남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도록 금융감독원이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가운데 금감원이 이에 앞서 은행의 기업 대출심사 제도를 로비 등이 쉬운 방향으로 개편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3년 7월 금감원은 기업 대출을 심사하는 각 은행 여신심사위원회(여신위)에 은행장이 참석하도록 기업 대출심사제도를 고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은행들은 여신담당 부행장이 위원장을 맡고 관련 부장들이 참여하는 여신위를 통해 대규모 기업대출을 승인한다. 여신위는 대출 승인 여부를 투표로 결정한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은행장이 대출 여부를 결정했지만 은행장이 정치권, 정부 고위 인사들의 청탁과 민원을 받아 대출을 승인하는 문제가 발생해 여신위를 통하여 기업 대출을 심사하도록 바꾼 것이다.
그러나 최수현 원장이 이끌던 금감원은 2013년 중반 갑자기 대출 규모가 크거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업에 대한 여신심사 때 은행장이 직접 여신위를 주재하도록 대출심사제도 개편을 추진했다. 중요한 대출 관련 의사 결정에 은행장이 참여토록 함으로써 기업 자금지원 속도를 높이고 은행장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경남기업은 부동산경기 침체에 베트남에 건설한 초고층건물 ‘랜드마크72’의 미분양까지 겹쳐 극심한 자금난에 몰려 있었다. 결국 경남기업은 2013년 10월 3차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경남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여신위를 개편하려 했던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장이 여신위를 주재하게 되면 기업들로서는 여신위라는 집단이 아니라 은행장만 설득하면 되기 때문에 채권단을 상대하기가 수월해진다. 게다가 당시 고 성완종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을 맡고 있어 금융권에 입김이 셌다. 여신위 개편을 추진했던 담당자도 경남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며 채권단에 추가 대출을 압박했던 김진수 전 기업금융개선국장이었다.
이 같은 금감원의 방안은 금융위원회의 반대와 은행들의 반발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장이 여신위를 주재하게 되면 또다시 로비의 표적이 될 것이 뻔해 당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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