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로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현 경남지사)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검찰에서 “강모 전 보좌관에게 전화해 ‘홍 후보를 꼭 만나야 한다’고 부탁했고, 강 씨가 수행비서와 연결해 줘 홍 후보와 접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홍 지사와의 접촉 경로와 돈 전달 과정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홍 지사에게 출석을 통보해 일정을 조율 중이며, 8일경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성 회장의 정관계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윤 전 부사장에게서 “아내가 운전한 차로 국회 의원회관 지하주차장에서 내린 뒤 홍 지사의 에쿠스 승용차에 홍 지사와 동승해 돈을 든 쇼핑백을 건넸고, 함께 있던 나경범 수석보좌관(현 경남도 서울본부장)이 쇼핑백을 들고 홍 지사의 사무실(707호)로 올라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상세한 진술에 따라 나 씨와 강 씨 등 홍 지사의 핵심 측근을 이날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나 씨를 상대로 캠프 운영 자금 문제를 윤 전 부사장과 논의한 적이 있는지, 윤 전 부사장이 건넨 쇼핑백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나 씨는 검찰에서 “윤 전 부사장과는 오랫동안 연락한 적도 없고 친분이 깊은 관계도 아니다. 의원회관에서 돈을 받았다거나 차량에 동승해 받았다는 얘기는 모두 허구”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씨는 “당시 전당대회 일정으로 전국을 돌던 홍 지사를 만나기 힘들었기 때문에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와 만남을) 요청한 기억은 있다. 그러나 실제 홍 지사와 만났는지, 돈을 주고받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나 씨와 윤 전 부사장을 대질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나 씨는 2001년부터 홍 지사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2010, 2011년 두 차례 전당대회를 치를 때 홍 지사의 경선 캠프에서 회계 및 재정을 담당했다. 강 씨는 홍 지사의 정책 및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주로 했으며 윤 전 부사장과도 친분이 있는 사이다.
사건 초기 홍 지사는 돈 전달 과정에서의 ‘배달 사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성 회장이 남긴 ‘8인 리스트’를 ‘앙심 리스트’라며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토대로 수집한 증거들이 많아 기소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뒤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통상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자금 수수 액수가 2억 원이 넘을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실무적 관례라는 점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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