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개월여 전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65)가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지 17일 만이다. 검찰에 출석하면서도 이 전 총리는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오전 9시 35분 진한 회색 정장 차림으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을 나선 이 전 총리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20여 분 뒤 이 전 총리는 법무법인 율우 소속 김종필 변호사와 함께 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했다. 이 전 총리는 취재진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검찰에서 문제가 잘 풀어지기를 기대한다. 조사 후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며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총리는 8일 홍준표 경남지사가 조사를 받았던 1208호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 앞서 이 전 총리는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 검사장과 10여 분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이날 조사는 부산고검 주영환 부장검사가 맡았고 김경수 부부장검사와 수사관 1명이 보좌했다. 낮 12시 30분 1차 조사를 마친 이 전 총리는 13층에 있는 변호인 대기실에서 변호인과 단둘이 묵은지 김치찌개 도시락을 먹었다. 오후 1시 45분부터 2차 조사가 시작됐다. 검찰 관계자는 “호칭은 본인이 원하는 호칭을 사용하지만 조서에는 ‘피의자’로 기록된다”며 “제출한 자료는 없지만 이 전 총리의 얘기를 충분히 들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가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 전 총리는 2002년 당시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2억 원을 받았다는 일명 ‘입당파’ 사건과 2006년 충남지사 선거 당시 지지자들에게 음식을 접대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첫 번째 사건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고, 두 번째에는 벌금형(70만 원)으로 무사히 넘어갔던 이 전 총리가 이번 세 번째 사건에선 어떤 상황을 맞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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