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부실의 원인이자 핵심 자산인 베트남 하노이 소재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작업이 무산됐다. 인수협상자로 알려졌던 카타르투자청(QIA)도 “인수 의향이 없다”고 밝혀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측이 이 빌딩의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반 총장의 조카이며 미국 부동산업체 콜리어스인터내셔널의 이사로 이 매각 작업을 주도했던 반주현 씨(37)는 “(큰아버지 반 총장에게) 청탁해 달라는 부탁을 경남기업에서 받고 아버지(반 총장의 동생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에게 얘기를 꺼냈다가 되레 호통만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현 씨가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QIA의 문서를 위조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돼 향후 법적 공방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25부(부장판사 이재권)는 15일 경남기업의 관리인이 신청한 주간사회사 계약해지 신청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QIA도 이날 “랜드마크72 빌딩을 매입하려는 의향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남기업은 빌딩 매각을 위해 지난해 콜리어스인터내셔널과 계약을 했고 매각 협상이 성사단계에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기상 전 고문의 장남인 주현 씨가 QIA와의 매각 작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주현 씨가 반 총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졌다. 생전에 이 빌딩을 팔아 기업 회생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성 회장 측이 반 총장을 통해 로비를 시도했던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주현 씨는 이날 미 뉴욕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통화에서 “성 회장의 차남인 정수 씨가 3월에 뉴욕으로 찾아와 큰아버지(반 총장)에게 얘기해서 일이 성사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아버지(반기상 전 고문)에게 ‘가능하겠느냐’고 여쭤봤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릴 한다’고 호통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쪽에서 이런 부탁을 여러 차례 해왔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을’의 입장이니까 ‘알겠다. 한번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큰아버지에게는 말도 안 꺼냈다”면서 “그러고 나중에 ‘알아봤는데 도저히 안 된다’고 대답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모든 논란과 관련해 이날 반 총장 측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반기상 전 고문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성 회장이 부탁을 해오기에 ‘국가원수급이 그런 얘기를 꺼낸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하자 성 회장도 수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로비 요청이 계속됐다고 반 전 고문은 덧붙였다. 그는 “성 회장의 아들(정수 씨)도 여러 차례 비슷한 요청을 해 혼쭐을 냈다”며 “그랬더니 미 뉴욕까지 건너가 내 아들(주현 씨)을 만나 부탁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주현 씨는 랜드마크72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QIA 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주현 씨는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인 중개인 H 씨를 통해 카타르 측과 접촉해 왔기 때문에 만약 위조됐다면 나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한 인수합병(M&A) 협상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문서의 진위는 확인해야겠지만 보통 협상과정에선 비밀 유지가 기본이기 때문에 QIA가 ‘인수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고 해서 이전 협상 과정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문서 조작이 사실이라면 주간사회사인 콜리어스인터내셔널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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