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대선을 전후해 여야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넨 구체적인 정황이 성 회장 지인을 통해 공개되면서 여야 대선자금 수사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성 회장의 사업 파트너가 13, 14일 이틀에 걸쳐 본보 기자와 만나 밝힌 당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성 회장이 돈을 건넨 정치인은 ‘메모 리스트’에 적은 8명 외에 최소 2, 3명이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리스트 8인 외에 2, 3명 더 있다”
2012년 10월 중순의 토요일 밤 성 회장을 도와 돈 가방 싸는 것을 도운 A 씨의 증언은 돈이 실제 전달됐다고 믿을 만한 정황을 상세히 담고 있다. A 씨는 돈이 담긴 서류가방 3개를 만든 뒤 ‘어디로 갖고 가시냐’고 물었다. 이에 성 회장은 “앞으로 당신 도와줄 사람들”이라고 했다고 한다. A 씨는 “성 회장이 (여당 실세) △△△ 등에게 돈을 주면 당신을 뭐로 인정해줄 거라고 했다. 그게 대선 캠프 직책이었다”며 “10월 22일자로 2장, 11월 19일자로 1장 등 임명장 3장이 왔다”고 했다. 그는 “진짜로 먹힌 거지. 그래서 내가 성 회장에게 충성을 바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임명장을 전달받은 뒤 재차 성 회장에게서 “내 것(임명장)을 만들어준 사람들한테 (돈을) 줬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특히 3억 원짜리 돈 가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여당 실세를 거명하며 “×××에게 정말 이거(손으로 돈 모양을 그리며) 했느냐”고 물었는데 성 회장이 ‘당연히 했다’는 뜻으로 “나를 뭐로 봅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성 회장이 1억 원을 건넨 것 같다는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한 A 씨의 기억은 더 구체적이다. “10월 ○○일이 맞을 거다. 지방의 P호텔에서 묵다가 일요일에 올라왔으니까 ○○일이 맞을 거다. (숙박 기록은) 확인해 보면 나올 거다. 월요일 오전에 사무실에서 성 회장을 만났는데 여의도의 한 빌딩 식당에서 ○○○(야당 중진 의원) 만나는데 소개시켜 주겠다고 오라고 했으나 야당 의원을 만나는 자리에 가는 게 부담되더라. 그래서 일단 사무실에서 성 회장과 차 한 잔 한 뒤 성 회장은 12층 식당으로 식사하러 올라갔고, 나는 그 빌딩으로 언론사 간부 모 씨를 만나러 갔다.”
A 씨는 2012년 대선을 전후해 성 회장이 돈 가방 3개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여야 의원 3명과 ‘리스트’에 적힌 8명 외에 또 다른 여당 실세 인사 2, 3명에게 돈을 건넨 정황도 털어놨다. 이 중 한 여당 실세 의원에 대해선 “수시로 관리했다” “특별히 투자했다”는 등의 표현을 성 회장이 사용했다고 한다. 또 대선이 끝난 뒤 성 회장을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났는데 그땐 성 회장이 검은색 노트북 가방을 들고 있었고, 뭔가를 누구에게 전달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 “돈 담은 서류가방은 인천에서 사온 것”
억대의 돈을 담은 서류가방에 관한 기억도 구체적이다. A 씨는 6억 원을 3개의 서류가방에 나눠 담으면서 “가방을 어디서 샀느냐. 나도 같은 것 하나 사고 싶다”고 성 회장에게 물었다. 이 서류가방은 프랑스 렉슨(LEXON) 브랜드였다고 한다. 이에 성 회장은 “인천 송도의 포스코건설 인근 쉐라톤인천호텔 1층 로비 편의점에 가면 살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나중에 직접 가보니 정말로 그 가방을 팔고 있었다”며 자신이 구입한 가방을 본보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15일 본보가 확인한 결과 2012년 이 호텔 1층에는 실제로 기념품 가게가 있었고, 이 가게를 운영한 패션업체 M사는 당시 렉슨 가방을 수입 판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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