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돈가방’ 대선자금 정조준]
이미 확보한 횡령계좌와 은행 달라… 成 ‘수표 현금화’ 모색한 정황도
일각 “출처 나와도 돈전달 입증 난제”
검찰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10월 여야 실세 3명에게 6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규명할 열쇠로 당시 5만 원권 돈다발에 묶여 있었다는 시중은행 3곳의 띠지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 은행들에 성 회장 또는 경남기업 관련 계좌가 있었는지, 수억 원대의 입출금 흔적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면 일단 자금 출처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회장의 해외사업 파트너인 A 씨는 2012년 10월 중순 성 회장이 들고 온 돈다발 6억 원이 국민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 3개의 띠지로 묶여 있었다고 기억했다. 검찰이 성 회장의 회삿돈 횡령 혐의를 수사할 때 확보한 계좌들은 이 은행들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 개설된 것들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성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전도금 32억8700만 원은 계열사 두 곳에서 SC제일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 계좌를 거쳐 전액 현금화됐다. 성 회장이 계열사 3곳에서 빌린 단기대여금 182억6600만 원도 성 회장의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 계좌로 입금됐다.
A 씨의 기억이 맞는다면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성 회장의 또 다른 비자금 계좌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A 씨는 “성 회장이 수표를 건네며 ‘현금으로 바꿔줄 수 있느냐’고 하기에 내가 곤란해질까봐 거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성 회장이 어디선가 확보한 수표를 현금으로 세탁하려 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기존에 확보한 성 회장과 경남기업 계열사의 회계자료와 A 씨 주장을 비교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A 씨의 기억이 불분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3년 전에 봤다는 특정 은행 띠지까지 A 씨가 또렷하게 기억한다는 게 도리어 이상할 수 있다”며 “A 씨의 기억에 한정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인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6억 원의 출처를 밝혀내더라도 이 돈이 A 씨가 지목한 여야 정치인 3명에게 전달됐는지 규명하려면 해당 인사들의 동선 확인, 목격자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A 씨가 2012년 11월 21일 성 회장을 만났을 때 “○○○(새누리당 인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 등 금품 전달 정황들도 이를 뒷받침할 다른 결정적 증거들을 찾아내야 한다. 나아가 돈 가방을 건넨 날짜와 장소를 특정하더라도 해당 인사가 “둘이서 만난 건 맞지만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면 입증이 쉽지 않다. 결국 2012년 대선자금 의혹 규명은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수사능력을 발휘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