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 개발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26일 캐나다 정유회사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해 회사에 5500억 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64)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석유공사가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부문 자회사인 노스 아틀랜틱 리파이닝(NARL)을 동시에 인수할 당시 시장 평가액인 주당 7.3캐나다달러보다 높은 주당 10캐나다달러에 인수하도록 지시해 그 차액인 5500억 원의 손해를 석유공사에 입힌 혐의다.
당초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의 탐사-시추 관련 부문만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계약 직전인 2009년 10월 14일 하베스트 측이 부실계열사인 NARL까지 사야한다고 조건을 바꾸면서 일시적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검찰은 기관장 경영평가를 의식한 강 전 사장이 협상 결렬 3~4일 만에 투자 적정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거치지 않은채 하베스트의 요구대로 인수 강행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석유공사와 하베스트 간 인수 계약은 같은달 21일 최종 성사됐다.
NARL 인수에 1조3700억원을 들인 석유공사는 적자가 지속되자 인수 5년 만인 지난해 8월 329억원에 매각, 1조3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석유공사 자체 추산 결과 손해액은 순손실과 투입 비용 등을 합쳐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2009년 하베스트 인수 당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에 대해서는 개입 정황을 확인하지 못한 채 서면조사로 마무리했다. 강 전 사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최경환 당시 장관에게 인수 건을 보고한 뒤 암묵적인 동의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강 전 사장의 구속 여부는 내주 초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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