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으로부터 컴퓨터와 휴대전화용 해킹 프로그램을 사들여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제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정보 지키기 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의혹이 사실일 경우 국정원은 더이상 국가 정보기관이 아니라 민주적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악성 바이러스”라며 검찰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의혹 규명을 위해 일정한 절차를 밟아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거나 현장 조사를 벌일 수 있다. 여야는 이미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에서 국정원 현장 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은 관련 프로그램의 사용자 로그인 기록 일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무차별적으로 의혹을 키우는 데 골몰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이 해외와 대북 정보 수집용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한 18개 회선을 갖고 수천, 수만 명을 도청과 감청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 국민 사찰’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국정원이 회선을 단기간에 계속 바꿔가면서 여러 명을 도청과 감청했다는 새정치연합의 말은 기술적으로 현실성이 매우 낮다. 2012년 12월 6일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 30개의 구입을 추가로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신청만 했을 뿐 실제로 구입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한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검증해볼 필요는 있지만 새정치연합의 주장은 객관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
날로 치열해지는 대북(對北) 정보전에서 북한을 비롯한 체제 위협 세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가 최고정보기관이 필요한 장비를 획득하고 운영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국정원 요원들이 특정인에 대한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관찰과 감시 활동을 벌여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이 같은 활동 일체를 민간인 사찰로 몰고 가며 도청과 감청에 대한 국민의 공포감을 자극해 국가의 정보 자산을 무책임하게 노출시키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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