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일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해 열기로 한 국정원 기술간담회가 무산됐다. 국가정보원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날 기술간담회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그 대신 새정치연합은 이날 당 대표실에서 ‘정보 인권 개선 시민사회 간담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표는 “정권 교체가 되면 하루아침에 (해킹 의혹이) 다 밝혀질 일”이라며 “국정원의 거듭된 불법 행태야말로 국가안보의 적이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이런 상태에서) 간담회를 해도 요식행위일 뿐이며 진상 규명에 아무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인사들은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야당의 미온적인 대응을 성토했다.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제1 야당이 대통령에게 ‘당신이 책임지고 안 되면 물러나라’는 얘기를 왜 못 하느냐”며 “국회 일정과도 연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현백 참여연대 대표는 “대대적인 국민운동에 새정치연합도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국정원 불법해킹사찰 대응 국민고발운동’에 나선 시민단체 인사들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이호중 천주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장, 정현백 참여연대 대표 등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했다. 박 대표는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등 불법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이들 단체의 요청을 문 대표 측이 받아들여 열렸다고 한다. 안 의원 측은 “시민단체 인사들의 발언은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문 대표 측이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강경 노선을 주문하며 안 대표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안 의원은 간담회 직후 “(위원회 차원이 아닌) 당 차원의 행사”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장외투쟁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대로 국회에서 할 일을 찾고 검찰 수사 부분도 촉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권재희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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