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학사 교과서를 학교서 밀어낸 좌파史學의 획일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6일 03시 00분


3월 신학기부터 교학사가 만든 한국사 교과서를 가르치려던 고등학교들이 잇달아 채택을 취소했다. 당초 이 교과서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진 15개 고교 중 14개교가 결정을 뒤집었다. 전국 2318개 고교 가운데 전주 상산고를 빼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하나도 없게 되는 셈이다. 전주 상산고도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교학사 교과서가 과연 친일 교과서인지를 검증해보고 채택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특정 교과서에 대한 이런 이례적인 배척 현상이 각 학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교학서 교과서를 채택했던 고교들은 한결같이 전교조와 야권, 좌파 역사교육학계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렸다. ‘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오류투성이 교과서를 채택했느냐’는 비난이 인터넷 게시판과 전화, 대자보, 시위로 이어졌다. 학부모와 동창회까지 동원한 파상공세였다.

교학서 교과서는 교육부의 검정과 수정 명령을 통과했기 때문에 사실(史實)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급하게 만드느라 오류가 가장 많았지만 수정본을 들여다보면 일제강점기와 5·16, 유신(維新) 등 근현대사의 중요 이슈들을 나름대로 균형감을 갖고 비판적으로 기술했다. 그럼에도 이 교과서에 대해 ‘채택률 제로’ 운동을 조직적으로 벌이는 쪽의 속내는 대한민국 건국과 6·25에 대해 우파적 사관(史觀)의 서술을 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

교과서 검정제도의 취지는 국정교과서로 획일적인 지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대신 일정 기준을 통과한 다양한 교과서를 학교에 제시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토록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들과 사관이 다른 특정 교과서의 선택을 가로막는 작태는 다양성을 무시하는 획일주의 사고방식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과거 금성사의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성으로 논란이 됐을 때도 지금처럼 일선 학교가 채택에 관해 부당한 압력을 받은 일은 없었다. 한국현대사학회가 5일 “항의 시위, 감사 청구, 여론 위협의 방법으로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압박하는 것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넘어 위헌(違憲)의 위험이 있다. 좌파 진영이 전체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성명은 설득력이 있다.

어떤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인지는 순수하게 교육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나와 다른 견해나 사관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편협한 태도로는 학생들에게 건강한 역사교육을 할 수 없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사와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학생이 늘어난다면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화한 것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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