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도발에 눈감은 교과서로 현대사 가르쳐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문익환 목사와 대학생 임수경 등이 북한을 방문했지만 노태우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구속했다.’ 새로 제작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미래엔이 출간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문익환 등의 방북이 불법이었음을 무시해 버려 그들을 구속하게 만든 국가보안법이 문제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북한 도발 중에서 정도가 심했던 아웅산 테러사건과 KAL기 폭파사건 등 9대 사건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일부 세력의 ‘국가보안법 폐지’ 노선에 동조하면서 북한의 약점은 최대한 가려주는 식이다.

좌편향교과서대책위원회 등 3개 단체가 이 같은 지적을 포함한 한국사 교과서 분석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우파 시각의 역사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교과서를 놓고서는 그동안 ‘현미경 해부’가 이뤄졌으나 나머지 7종의 교과서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은 없었다. 정경희 강규형 이종철 씨 등 우파 학자들이 참가한 분석팀의 결론은 8개 교과서 가운데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5종은 심각한 좌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교과서가 미국에 대해 기술한 것을 보면 친북을 넘어 노골적인 반미(反美) 시각까지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핵 개발을 한 것에 대해 두산동아 교과서는 북한의 핵 개발을 사실이 아닌 ‘의혹’으로 표현했다. 또 이후 북-미 관계가 악화된 원인이 북한의 핵 개발에 있지 않고 부시 정권에 있는 것처럼 기술했다. 8종 교과서 모두에서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표현이 실종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말만 나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남한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북한의 잘못에는 눈을 감는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이 새 교과서에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교과서는 교육부의 수정 명령에 대해 고치는 시늉만 했다. 북한의 선전용 문구를 그대로 옮긴 ‘우리식 사회주의를 강화하다’라는 제목을 수정하라는 명령에 해당 집필자는 ‘강화하다’를 ‘내세우다’로 바꾸는 것으로 그쳤는데도 교육부는 그냥 넘어갔다. 이 교과서들은 대부분의 고교가 채택해 현재 사용 중이다. 정부가 미래 세대에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려는 의지를 과연 갖고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한국사#교과서#현대사#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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