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최후의 代案이어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0시 00분


교육부가 국회에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보고서에서 “국민 통합과 균형 있는 역사 인식 함양을 위해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황우여 장관이 어제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국정인지 검정인지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지만 국정화가 사실상 내부적으로 확정됐음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은 2013년에도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안 된다”며 수능 선택과목이던 한국사를 필수로 만들었다. 하지만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과정을 깎아내리고 북한을 호의적으로 기술한 5종의 채택률이 90%에 가깝다. 비교적 균형 잡힌 기술을 하고 있다는 지학사와 리베르스쿨 교과서의 채택률은 10% 정도에 불과하고 교학사 교과서는 0%대다.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지 않으면 수능 필수화를 하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되는 셈이다.

지금 같은 좌편향 역사교육은 안 된다는 여론이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교과서 국정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아직 충분치 않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국정화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여론조사를 실시해 놓고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발표하지 않았고, 2015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수차례 열었으면서도 국정화를 의제로 삼아 공론화를 하지도 않았다. 교육부마저 주저하는 마당에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정권 교체와 함께 번복되거나, 정권의 입맛대로 교과서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누구보다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쓰는 나라는 그리스 터키 아이슬란드 셋뿐이다.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는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념에 따라 엇갈리기 때문에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격렬한 역사전쟁, 좌우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벌써 역사학계와 교육계 일부에서 제각각 찬성과 반대 성명을 내고 나섰다. 졸속으로 교과서를 만드는 구조 탓에 어떤 체제를 채택하든 오류와 편향성 논란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최후의 대안으로 두되, 집필 기준과 검증을 대폭 강화해 미래세대에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새 교과서를 발행할 필요가 있다. 교과서 채택에 학부모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역사교육의 주도권을 쥔 좌파세력이 자신들 이념에 맞지 않는 교과서 채택을 막는 일이 다시 벌어지게 해선 안 될 것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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