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가 열흘가량 남은 가운데 국사편찬위원회의 교과서 집필진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역사학과 교수들과 관련 학회들이 잇달아 집필 거부를 선언하면서 접촉 대상 리스트를 선별하는 것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교과서 집필을 담당하는 국사편찬위원회는 20∼40명에 이르는 집필진을 선정하기 위해 초빙과 공모 방식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김정배 국편 위원장을 비롯한 편찬 담당자들은 학계 원로와 국책 연구기관 연구진 등을 대상으로 집필에 적합한 인사를 추천받고 있다.
국편은 아직 개별 학자들에게 직접 집필 의사를 타진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국편은 집필진 구성 시한을 11월 말로 연장한 만큼 다음 달 5일 국정화 확정고시를 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개별 접촉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등 대형 학회들이 집필 거부를 선언한 상황에서 좌우 진영을 아우르는 집필 희망자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학자는 “주변 학자들 가운데 아직 국편에서 직접 집필자로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은 이는 없지만 집필진 구성에 대한 평판을 전달했다는 경우는 꽤 있더라”면서 “역사학계 전반에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선뜻 집필자로 나서려는 이가 없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 집필은 국편에 일임한 만큼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집필진을 구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집필진 구성과 집필 기준 마련 등은 모두 국편이 잘 진행할 것”이라며 “역사학계에 밝은 김정배 위원장이 집필진을 잘 구성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집필진을 직접 물색하는 대신 학계와 총장들을 대상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외곽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17개 대학 총장들을 만나 교과서 집필에 협조를 구한 데 이어 20일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임원을 맡은 총장들과 만나 역사 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황 장관은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이 전격 경질되는 바람에 혼자서 국정화 추진 부담을 떠안게 된 형국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 안팎에서는 황 장관이 집필진 구성을 비롯한 국정화 관련 실무 현안들을 가급적 빨리 매듭짓고 당으로 복귀하기 위해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21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하기 위한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한 데 이어 교사들의 시국선언 참여 자제를 요청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9일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정부가 국정화를 확정고시할 경우 연가투쟁을 하겠다”고 예고하자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시국선언에 서명하거나 무단으로 집회에 참가하는 교원은 징계, 형사고발 등 엄중 조치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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