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더 단호해진 靑 “만경대사진, 학생에 보여줘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4일 03시 00분


[靑 5자회동 이후]
운영위 국감서 2라운드

“우리 아이들을 뭐로 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말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십니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

“검정을 해보지 않았습니까. 해봤는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바꾸겠다는 겁니다!”(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23일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장. 이 실장은 만경대(김일성 생가) 사진이 실린 한 역사 교과서의 복사본을 들고 흔들었다. 마이크가 꺼질 때까지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현재) 역사 교과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감은 청와대와 야당 의원 간에 팽팽한 설전(舌戰)이 오가면서 전날 청와대 ‘5자 회동’의 2라운드가 됐다.

○ “학생들에게 북 만경대 사진 꼭 보여줘야 하나”

“답변 이렇게…”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오른쪽)이 23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진재관 편사부장과 답변 내용을 상의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답변 이렇게…”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오른쪽)이 23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진재관 편사부장과 답변 내용을 상의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청와대 5자 회동 이후 청와대의 대응은 단호해진 듯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분명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야권의 공세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쓰면 여러분이 가만히 두겠느냐”고 반박했다. ‘국정화를 채택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지적에는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새정치연합 신정훈 의원이 “역사 교과서에 만경대 사진이 게재된 게 좌경적 시각인가”라고 따지자 “그러면 의원님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만경대 사진을 꼭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받아쳤다.

이 실장은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청와대가 직접 교육부에 지침을 내린 것은 없다”며 “교육부가 주체가 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자체적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검정제를 부실하게 운영해 사달이 났다’는 지적에는 “지난 10년 동안 (역사 교과서를) 방치했던 것에 대한 정부 나름의 책임도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 “KFX 보고 조금 미흡했다”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이 무산된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대한 공방도 치열했다. 야당이 외교안보 라인의 책임을 묻자 청와대는 “4가지 기술은 사업 추진의 필수조건이 아니며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4가지 기술은 우리가 10년 안에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방장관이던 2014년 “(KFX 사업을) 책임지겠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되자 “국방장관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한 것이지 사업 전체를 책임지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주철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교체 배경을 묻자 이 실장은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고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노력하느라 (대통령) 보고과정에서 조금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여부를 놓고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 동의가 없으면 자위대가 못 들어온다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실장은 “우리 헌법의 대한민국 영토 규정에 따라 북한에는 자위대가 들어올 수 없다. 우리의 승인이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KFX 사업에 배정된 내년도 예산은 670억 원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요청한 1618억 원의 40% 정도로 절반 이상이 삭감된 것이다. 예산 삭감이 예고되면서 KFX 사업 전망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 청와대 vs 야당 ‘기 싸움’

이날 국감에서는 청와대 인사들과 야당 의원들 간에 일촉즉발의 ‘신경전’이 수시로 벌어졌다.

회의 도중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에게 “웃지 마세요”라고 했다가 사과 요청을 받았다. 이 실장이 같은 당 최민희 의원에게 ‘십자포화’를 맞자 진 의원이 이 모습을 보고 웃은 것이 불씨가 된 것.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현 수석은 “야당 의원님들이 ‘문고리’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등으로 저희들을 죄인 취급하는 데 수모감을 느껴 그렇게 말했다”며 사과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차길호 기자
#국정화#만경대#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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