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물꼬를 트면서 ‘제3지대’로 모이는 정계 개편 움직임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7공화국 출범론’을 내세우며 20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 측은 개헌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자신이 활약할 공간도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헌 논의의 무대가 청와대 및 국회로 옮겨지면서 주도권을 뺏길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개헌 논의가 민주당 개헌론자들의 제3지대 합류를 촉발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한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박근혜표 개헌에 제동을 건 만큼 친문(친문재인) 지도부가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부터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며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도 이견이 생기면 비문 진영이 아예 제3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손 전 대표 등과 손을 잡으면 제3지대의 파급력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회 개헌특위에서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의 각론을 놓고 정쟁을 벌이다 무산될 경우도 제3지대의 판을 키울 수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단기적으로 개헌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박근혜 개헌’에 대한 찬반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개헌이 무산될 수 있다”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쏠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야 주자들이 제3지대 합류를 선택하거나 거대 양당과 거리를 둬 온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개헌이 성사되면 역설적으로 제3지대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3지대 확장의 주요 변수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을 택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선 실세 의혹 등으로 타격을 입었던 여권이 개헌이라는 ‘미래’로 관심을 돌리면서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반 총장은 제3지대 대신 유력 주자가 없는 여권행을 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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