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정계 개편의 핵(核)’으로 떠올랐다. 김 전 대표는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친문(친문재인)-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를 제외한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의 연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날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킹메이커 역할’을 자청하기도 했다.
○ ‘탈당 방아쇠’ 당기나
김 전 대표는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만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까지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들었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주요 국면마다 30시간을 버티지 못한다는 이른바 ‘30시간 법칙’을 깨고 마지막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지금이 (정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했다.
일단 김 전 대표가 대선을 포기하면서 역설적으로 당내 강한 구심점이 된 것은 큰 수확이다. 그가 주도한 탄핵 찬성 연판장에는 이틀 만에 40여 명이 서명했다. 친박계와 일전을 벌일 동력이 만들어진 셈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 탈당파 전현직 의원 10명은 27일 ‘제4지대 구성’을 위한 첫 회동을 한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자기반성부터 하겠다고 했다. 전날 ‘저부터 책임지겠다’는 김 전 대표와 결을 맞춘 셈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탈당을 기정사실화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그는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건전 보수들만 모아 새로운 당을 만든다는 것이 비주류의 생각인데 친박계가 이걸 막아서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선거(대선)가 바로 닥친다. (새누리당을 개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김 전 대표는 ‘내각제로 개헌하면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으니 그 문제는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의 번복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 공포탄 아닌 실탄 나올까
관건은 김 전 대표가 탈당 깃발을 들 때 얼마나 많은 의원이 따라 나서느냐다. 원내교섭단체(20명)를 구성할 인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승부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전날 김 전 대표 진영의 만찬 회동에서 대다수 의원은 탈당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고 한다. 비주류의 또 다른 축인 유승민 의원도 이날 “탈당은 너무 손쉬운 선택이다. 당에 남아 국민에게 손가락질받는 보수당을 새로 일으켜 세우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 사이에 공통분모는 있다. 친박계 핵심을 배제하겠다는 ‘친박 청산론’이다. 유 의원은 “그동안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한 호위병, 내시 노릇한 사람들을 당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표도 “지금 새누리당은 ‘박근혜 사당(私黨)’이다. (친박계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행동하다가 당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친박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회의에서 “먹던 우물에 오물을 던지려면 본인(김 전 대표)부터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게 도리”라고 비판했다.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겠다는 김 전 대표를 향해 “누구 한 명이 말했다고 정답이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비주류는 당분간 탈당보다 ‘내부 투쟁’에 공조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탄핵 참여 문제 등을 논의한다. 주류와 비주류가 심리적 분당(分黨)에서 물리적 분당으로 향하는 분기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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