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구속 기소)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게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부정한 청탁을 할 이유가 없었다며 이렇게 표현했다. 이 부회장이 이미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 측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에게 승마 지원을 한 게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한 대가인 뇌물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은 1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게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영수 특검팀은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이는데,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묵시적 청탁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6시간 20분 동안 치열하게 다퉜다.
이 부회장 측은 1심 판결에 대해 “청탁의 대상은 물론 청탁 시점도 특정하지 못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 부회장이) 대통령이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경영권 승계 현안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부정한 청탁을 할 뜻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려면 (박 전 대통령의) 직무행위 특정이 가능해야 하고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현안 교섭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져야 하는데 1심은 명시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특검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58·구속 기소)의 업무수첩 등 증거를 종합해볼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개별 현안의 총합인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 현안에 대해서도 명시적 청탁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1심 판결에서 형사재판의 기본인 엄격한 해석이나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또 “1심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최 씨)이 박 전 대통령과 공동정범으로 돈을 받은 ‘단순수뢰죄’로 확대 해석했다”며 “이는 (비슷한 사건을) ‘제3자 뇌물죄’로 보는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국외재산도피 혐의에 대해 “이 부회장 등이 나중에 쓰려고 재산을 옮긴 것이 아니므로 도피 개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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