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시절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하는 등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법원은 범행을 주도했는지 여부와 당시 직위 등을 고려해 구속여부를 결정했는데, 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1심 재판때와 유사한 결과다.
5일 법원에 따르면 ‘화이트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9)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재구속 됐다.
반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52) 전 정무수석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구속을 면했다.
이들은 모두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2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2년을 선고받았지만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가면서 구속 기간이 만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날 선고에 따라 김 전 실장은 구치소로 향했고, 조 전 수석은 귀가했다.
이들의 구속 여부를 결정한 것은 ‘화이트리스트’ 실행 과정에서의 적극성이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화이트리스트’를 최초로 지시하고 질책하는 등 적극적이었다면, 조 전 수석은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가담한 정도고 피해자를 압박하지도 않는 등 비교적 적극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1심과도 비슷한 판결이다. 이들은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1심 당시에는 김 전 실장은 징역 3년·조 전 수석은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 역시 김 전 실장은 지원 배제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보고 받는 등 범행을 주도했다고 봤다. 반면 조 전 수석은 문예기금 등 지원 배제에 관여하도록 지시하거나 보고·승인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직위에 따른 차이도 고려됐다.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높은 직위에서 지시를 한 김 전 실장만이 강요죄에 있어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의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조직과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들에게 이 사건 강요 범행을 지시하고 이를 위한 체계를 만들어 책임이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다른 피고인들에게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강요 범행에 가담한 사정이나 현실적으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사정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준우(55) 전 청와대 정무수석·정관주(54)·신동철(57)·오도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강요죄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비서실장의 지시로 소극적으로 응했다”, “현실적으로 김 전 실장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등 양형 이유를 제시했다.
다만 현기환(59)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의 경우 강요 혐의와 함께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위증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과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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