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7) 전 대통령과 최순실(63)씨,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함에 따라 최대 쟁점이었던 ‘말 세마리’가 뇌물로 인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사건과 최씨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상고심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 부회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등 사건도 전원합의체로 보내면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의 합의로 국정농단 사건 최종 결론을 내게 됐다.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가게 된 주된 배경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23)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에 대해 소유권을 넘긴 것인지, 단순히 사용하도록 빌려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갈린 데 있다.
전자의 경우 정씨가 승마훈련에 사용한 말 3마리는 뇌물이 된다. 반면 단순히 빌려 탄 말이라면 마필은 뇌물이 되지 않는다. 다만 말을 사용하면서 얻은 액수 미상의 이익만 뇌물로 인정된다.
◇이재용 1심 “말 3마리는 뇌물”…2심은 “뇌물 아니다”
세 명의 하급심에선 말 세마리를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살시도·비타나·라우싱 등 말 3마리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2017년 8월25일 1심 선고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최씨와 삼성전자가 용역계약을 체결할 무렵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삼성 사이 향후 구입할 말 소유권을 넘긴다는 의사 합치가 있었다곤 보지 않았다. 하지만 3개월 뒤 삼성이 최씨에게 마필 위탁관리계약서 서명을 요구하자, 최씨는 “이재용이 VIP 만났을 때 말 사준다고 했지 빌려준다고 했느냐”며 화를 냈다.
그러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고 했고,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2015년 11월15일 삼성이 최씨에게 살시도 소유권을 넘겼다고 봤다.
이후 구입한 비타나와 라우싱도 2016년 1월27일 매매계약 체결 당시 소유권을 최씨에게 이전했다며 말을 뇌물로 인정했다.
약 6개월 뒤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이 달랐다. 지난해 2월5일 선고 당시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마필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화를 내긴 했지만, 이후 박 전 사장에게 긴급요청을 보내 “삼성에서 지원받는 마필로 여론화되지 않는다”고 한 점에 비춰 말 소유권을 넘겨달라는 취지가 아니라고 봤다.
또 박 전 사장의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는 말은 ‘최씨가 요구하면 모두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일 뿐, 소유권 이전 승낙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최씨가 정씨에게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한 말은 ‘네 건 아니지만 돈 주고 사지 않더라도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취지로 봤다. 정씨가 삼성과 승마지원 계약 경위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소유권 문제를 알 만한 위치도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박근혜·최순실 1·2심은 모두 “말3마리=물”
말 세마리를 둘러싼 엇갈린 판단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건에서 또다른 국면을 맞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지난해 2월13일과 4월7일 1심 선고를 내리면서 말 세마리 모두 뇌물로 인정했다.
2015년 11월 최씨가 살시도 소유권 문제로 화를 낸 뒤, 살시도를 포함한 말 3마리 소유권이 최씨에게 귀속됐다고 봤다.
항소심도 재차 인정했다. 지난해 8월24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1심과 같이 2015년 11월15일 살시도와 향후 구입할 마필에 대한 실질적 사용권과 처분권이 최씨에게 있다는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마필 위탁관리계약서 작성을 요구한 건 말 소유권이 삼성에 있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고, 분노한 최씨가 박 전 사장을 만나 실질적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확인하려 했다고 인정했다.
박 전 사장도 정씨 승마지원 관련 상당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최씨가 말 소유권까지 원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인식하고 최씨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봤다.
말을 건넨 자와 받은 자, 양 당사자 사건에서 재판부 판단이 정반대로 갈린 만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한쪽 사건은 하급심으로 돌아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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