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 작성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17일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대화 내용은 박 전 대통령 재판 과정에서 일부 공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육성이 담긴 녹음이 외부로 공개된 건 처음이다.
시사저널이 이날 공개한 90분 분량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비선 회의 녹음 파일’에 따르면 최 씨는 박 전 대통령,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 취임사 초안을 검토하며 문구와 단어 수정에 대한 의견을 냈다. 시사저널은 이를 2013년 2월 25일 취임식 직전 정 전 비서관이 녹음한 파일이라고 전했다.
최 씨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준비한 취임사 초안을 읽으며 “팩트가 있어야지” “딱 보면 모르냐고, 짜깁기해서 그냥 갖다 붙여가지고” 등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사에 포함된 복지정책 부분을 읽으며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돼”라고 말했다. 또 “이거는 취임사가 아니라 무슨 경제장관회의, 총선에서 어디 나가서 얘기해야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엔 이거는 하나도 쓸모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씨는 정 전 비서관을 연이어 “정 과장”이라고 호칭하면서 “좀 적어요”라고 지시하거나 “빨리 써요” 하고 큰 소리를 내는 등 사실상 대화를 주도했다.
최 씨는 “첫 번째,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걸 일단 넣는데…”라고 말한 뒤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key)를 과학기술·IT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할 것이다’ 그건 어떠세요”라며 자신이 생각한 취임사에 들어갈 문장을 읊기도 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그게 핵심이에요”라고 동조했다. 최 씨는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의 아이디어도 언급했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 끊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 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 다음 편안한 평국”이라고 말하자 최 씨는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 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상의를 좀 해보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은 “예 예 예”라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국정 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최종 심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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