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하급심에서 엇갈렸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60)의 업무수첩을 간접사실을 인정할 증거로서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는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에서 판단한 취지와 같이 간접증거로서 업무수첩을 인정하면 전문법칙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총수들과의 개별 면담 사이에서 대화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진술증거인 경우 전문진술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한 것이 증명된 때에 한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안종범의 업무수첩과 진술은 이 같은 내용을 충족하지 못 한다”며 “따라서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 증거로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안종범의 업무수첩은 안종범이 사무처리의 편의를 위하여 자신이 경험한 사실 등을 기재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가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신용성에 관한 정황적 보장이 있는 문서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 같은 판결로 하급심에서 엇갈렸던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한 판단이 정리가 됐다.
앞서 박 전 대통령 1심은 Δ박 전 대통령이 단독 면담 후 면담에서 오고간 대화 내용을 안 전 수석에게 불러줘 이를 수첩에 받아 적은 사실은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이 있고 Δ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이 면담에서의 대화 내용을 불러줬다는 진술은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 같은 내용을 들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범위 내에서는 전문증거가 아닌 본래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업무수첩 내용을 안 전 수석의 ‘그런 내용을 듣고 적었다’는 진술과 합쳐서 박 전 대통령과 총수들 사이 개별면담 대화 내용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서는 전문증거가 아닌 본래증거로서 증거능력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1심도 마찬가지로 판단했다. 1심은 “안종범 업무수첩은 안종범의 진술과 결합해 이재용 사이에 있었던 대화 내용 등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서는 전문증거가 아닌 본래 증거로서의 증거능력과 증거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2심들의 판단은 달랐다.
이 부회장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수첩에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내용과 이 부회장 사이에 있었던 대화 내용 기재가 있다는 그 자체를 박 전 대통령 지시와 대화 내용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면,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한 직접 증거로는 사용될 수 없는 전문증거가 그 기재 존재를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게 돼 우회적으로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돼 전문법칙의 취지를 잠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단해 전문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는 안종범의 진술 등을 근거로 인정한 업무수첩 내용을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안종범의 진술을 토대로 인정한 사실들을 제외하고 판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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