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57) 전 대통령 재임시기 ‘국정농단’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63)씨가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 나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근 딸 정유라씨 압수수색을 의식해 “삼족을 멸하겠다는 말이 진짜가 됐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최씨는 이날 발언 기회를 얻어 “저는 결코 비선실세가 아니다”라며 준비해온 서류를 읽어나갔다. 그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배석판사님, 파기환송심은 제게 마지막 남은 재판 기회이자 유일한 시간”이라며 “저는 2016년 독일에서 들어와 구속된 지 만 3년째”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난 3년 밤새 검찰 조사와 주 4회 재판을 받으며 버티기 힘든 나날을 버텼다”며 “서울동부구치소 독거실에서 폐쇄회로(CC)TV 감시에서 누구도 대하지 못하게 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고 언급했다.
최씨는 “목욕탕에서 넘어져 팔을 수수하고 이마를 30바늘 꿰매는 등 했다”며 “박 전 대통령한테 구술편지를 못하게 하고 접견제한 조사 대상으로 올려 재판을 준비하는데 심각한 영향을 줬고 오늘 힘들게 출석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20년 이상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평범한 생활을 하고 박 전 대통령의 개인사를 도운 것”이라며 “어떤 기업도 알지 못한다. 하늘에 맹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가 특검 수사를 받을 떄 검사가 수사에 협조를 안 하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말이 진짜가 됐다. 딸과 손자 고통은 말할 수 없다”며 “마구잡이식 압수수색은 사회주의를 넘어 독재주의로 가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항변했다.
미리 준비한 3장짜리 서면을 읽는 최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청록색 자켓을 입고 출석한 최씨는 재판 내내 무표정한 모습을 유지하며 간혹 방청객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하고, 변호인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알다시피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 핵심적 부분은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으면 탄핵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현 정부 표현대로면 어떤 범죄에 대한 확인이 있기 전부터 탄핵부터 결정되고 그 후에 증거에 따른 사실 확인이 됐고, 그나마도 8월29일 파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말하자면 순서가 거꾸로 된 상황”이라며 “이 사건 핵심은 과연 검찰과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간 뇌물 씌우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뇌물죄 핵심 부분은 공범(인지 여부)”라며 “대부분 증거가 옆에서 쳐다본 사람 관찰이나 이런 사람들 추측 증언에 따른 것인데 뇌물 공여 안 했다는 증거가 훨씬 많다”며 “만약 지금 환송 전 대법원 판결과 같이 방만하게 묵시적 공모를 인정한다면 아마 정치적으로 애매한 사건일 때 대한민국에서 살아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 측은 박 전 대통령과 딸 정씨,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손석희 JTBC 사장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전 수석 측은 증인 3명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다음 기일 전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함께 재판을 받는 안 전 수석 측은 “특별히 말씀드릴게 없다”며 양형 관련 사건경위를 담은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다. 2차 공판기일은 12월18일 오후 2시10분에 열린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삼성그룹으로부터 딸 정씨의 승마훈련 지원 및 미르·K스포츠 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명목으로 298억2535만원(약속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8월29일 최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최씨 측이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하도록 한 건 강요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1심은 최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과 추징금 72억9427만원을, 안 전 수석에게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과 추징금 429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각 범행 중대성과 방법,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봤을 때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최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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