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행여부 따져 양형 반영 시사
전문심리委 구성… 강일원 등 고려
특검 “재판 불공정… 협조 안할것”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엄격하게 점검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삼성이 최근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제로 잘 운영되는지를 살펴 이를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17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단을 꾸려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려 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월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사실을 알렸다.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는 직전 재판이 열렸던 지난해 12월 6일 재판부가 이 부 회장에게 “앞으로 정치 권력자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 재판 기일 전까지 제시해 달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17일 “3명으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단을 지정해 삼성그룹 내 준법감시위원회를 포함한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 엄격하고 철저하게 점검하겠다”고 했다. 3명의 전문심리위원 중 한 명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도 밝혔다. 강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은 바 있다. 재판부는 나머지 2명의 전문심리위원은 특검과 이 부회장 측 의견을 수렴해 다음 재판이 열리는 2월 14일 결정하기로 했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이 지정하게 돼 있는 전문심리위원은 전문적인 의견을 진술하거나 소송 관계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직접 물을 수도 있다.
이날 재판에서 이 부회장 측은 준법감시위가 마련한 제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투 트랙의 준법감시 구조를 구축해 회사 내부의 준법감시 조직이 최고 경영진 등을 감시 및 통제하고, (김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외부의 준법감시위가 내부 준법감시 조직과 최고 경영진 등을 감시한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재판부의 전문심리위원단 운영 계획에 대해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특검 측은 “재벌체제에 대한 혁신 없이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사유에 반영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전문심리위원 도입에 반대하고 이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업 범죄에 대한 재판에서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의 시행 여부는 미국 연방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 사유 중 하나로 미국 연방법원은 2002∼2016년 530개 기업에 대해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시행하라고 명령했다”며 전문심리위원단 운영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17일 재판에서 재판부는 특검이 이달 초 증거로 신청한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 의혹 관련 자료 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고) 다투지 않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은 개별 현안에 대한 재판이 아니다”라고 증거 신청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 측은 “추가 증거는 양형 심리를 위해서라도 검토해야 한다”며 재판부의 기각 결정에 이의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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