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과 무소속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하고 8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9일 표결하기로 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안 발의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력을 남용하여 국가의 권력과 정책을 최순실 등의 사익 추구 도구로 전락하게 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와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의 본질을 훼손하는 등 헌법 위배행위를 한 것을 비롯해 ‘제3자 뇌물죄’와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이 탄핵 사유로 적시됐다.
야 3당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당론대로 ‘내년 4월 퇴진’을 선언하더라도 9일 탄핵안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 문제를 다루는 탄핵안인 만큼 새누리당 의원들도 각자 양심과 헌법 절차에 따라 표결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 특히 탄핵에 찬성했다가 ‘4월 퇴진’을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채택하는 데 기여한 비박(비박근혜)계는 반드시 표결에 참여해 정치적 의사를 밝혀야 한다. 비박계가 친박(친박근혜)계 패권주의에 휘둘리는 ‘썩은 보수’와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정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말과 내주 초 비박계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인사들과 연쇄 접촉해 의견을 들은 뒤 4월 말 퇴진의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제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7일 오후 6시까지 명확한 퇴진 시점과 2선 후퇴 방침을 밝히라”고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니 원하는 답변을 들을 경우 만족하고 돌아 나올 건지 궁금하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2주 연속 4%다(한국갤럽).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했음에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4월 말 퇴진을 염두에 두는 이유가 대통령 신분으로 특별검사 조사에 임하고 1월의 검찰 인사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임 인사를 자신의 방어를 위한 지렛대로 삼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변 관리를 잘못했다’고만 할 뿐 탄핵안에 기록된 어떤 잘못도 인식하지 못하는 대통령으로부터 비박계가 통절한 반성문을 받아낼 수 없다면 그런 면담은 안 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대통령에게 인치(人治) 아닌 법치주의를 위해서도 법 앞에 서라고 쓴소리할 수 없다면 비박이 친박과 다른 점이 뭔가.
야당도 비박계의 탄핵안 표결 참여를 설득하는 한편 박 대통령이 국회에 일임한 ‘조기 퇴진 일정과 절차’를 여당과 함께 논의해야만 한다. 탄핵안은 비박계가 불참하면 부결된다. 알면서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건 자신들은 할 도리를 다했으니 새누리당에 모든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 오늘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도 타오를 촛불이 두렵다고 정치권이 정치를 포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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