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박 대통령이 직무를 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사안을 광범위하게 담았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안이 A4용지 13쪽 분량이었던 반면 이번 박 대통령 탄핵안은 42쪽에 달한다.
특히 탄핵안이 가결된 뒤 헌법재판소가 심리를 할 때 법리적 공방으로 시간을 잡아먹을 것 같은 내용보다는 헌법 위반을 적시하는 데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달 초 새누리당 비주류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났을 때 박 대통령이 헌법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행상(行狀·태도)책임’을 강조했다. 형사책임을 입증하는 것보다 헌재가 더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탄핵안은 헌법 위배 사안으로 △공무상 비밀(연설문, 정책 등) 누설 △장차관 등 최순실 비호세력 임명(김종덕 김종 윤전추 등)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면직 △장시호 등에 대한 부당 지원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통한 사기업 금품 출연 강요하여 뇌물수수 △사기업 임원 인사 관여 △2014년 비선 실세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 교체 등 언론기관 탄압 등이 적시됐다. 탄핵안 초안 마련을 주도한 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대통령이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 및 훼손해 민주적 정당성과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법률 위반 사안으로는 직권남용, 강요죄와 더불어 제3자 뇌물죄가 적시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7시간 동안 머물며 ‘늑장 대응’을 했다는 논란을 부른 ‘세월호 7시간’ 부분도 결국 탄핵안에 남게 됐다. 전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헤)계 일부 의원은 탄핵안 헌법 위배 사안에 ‘세월호 7시간’ 부분이 들어간 것에 대해 ‘증거 조사를 위한 참고자료’로만 넣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와 정책조정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내용을 탄핵안에서 빼지 않겠다”며 “이후로 수정 협상도, 수정할 용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 의원 40여 명이 탄핵안을 공동 발의할 경우 세월호 부분을 빼는 걸 검토했지만 이제는 논의 시점이 지났다”며 “여러 탄핵 사유 중 세월호 때문에 부결시키겠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민주당은 비박계의 찬성표를 확보하기 위해 세월호 7시간 부분을 빼는 것을 고려했지만 당 지도부 간 이견이 있었고, 그 7시간 중 박 대통령의 머리 손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탄핵안 수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 일부 의원은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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