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공백에 맥없는 외교… 트럼프 주변만 맴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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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트럼프와 직접 교류 못해
주미대사 추수감사절 인사장, 이례적으로 이방카에게 보내
정부-여야, 각개약진식 접촉

 안호영 주미 대사(사진)는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맏딸인 이방카에게 액자에 담은 대형 인사장을 보냈다. 이방카가 정권인수위원회의 집행위원이긴 하지만 주미 대사가 대통령 당선인 가족에게 인사장을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가 난리통인 상황에서 그나마 트럼프 측에 손을 뻗으려는 노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트럼프 측 인사를 만나기 위한 새누리당 방미단의 일원인 안상수 의원은 6일 워싱턴특파원들에게 2009년 트럼프와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인천시장 시절 뉴욕의 트럼프타워를 방문해 투자 유치를 논의하면서 찍은 것이다. 안 의원은 “지금 청와대나 정부가 트럼프 측과 대화하기 어려우니 의원들이라도 채널을 뚫어야 하지 않겠느냐. 미국의 지인들을 통해 트럼프 측에 선을 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청와대 외교 컨트롤타워가 올스톱이다 보니 현장에선 웃지 못할 대미 외교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모자랄 판에 현장 외교관이나 여야 의원들이 각개약진 식으로 트럼프 측과의 접촉에 나서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조태용 대통령국가안보실 1차장 등을 미국으로 보내 트럼프 측의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회동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주변에서 한미관계를 조율하는 핵심 인사를 접촉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현재 의원들이 접촉하고 있는 인사 중 한국과 인연이 있는 에드윈 퓰너 인수위원회 고문(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정도가 트럼프에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9일 가결되면 청와대,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마저 탄핵 후폭풍에 휩싸일 텐데 트럼프 취임(내년 1월 20일)까지는 이제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대미 외교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 한국 측의 카운터파트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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